봉화 춘양목이 사라져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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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봉화 춘양목이 사라져간다.
「소나무중의 소나무」「목재중의 목재」로 옛 궁궐이나 대가의 고래등같은 기와집엔 으례들보·기둥으로 쓰이던 춘양목이 일제이후 계속된 남벌과 최근 솔잎혹파리 피해로 멸종의기다.
춘양목은 경북 봉화군 춘양면과 소천면 일대 고산(설산)지대에서 자라는 소나무의 별칭. 아름드리 거목이 쪽 곧게 자라 옹이가 거의 없이 매끈한데다 토질 탓으로 속이 붉은색을 띠며 껍질은 얇고 속은 단단해 습기에 강하고 잘 썩지 않는다.
조선조 때부터 명성이 높은 「한국산 목재의 대표」격.
일제매 일본인 목상들이 그 가치를 인정, 대량 벌채해 반출하면서 더욱 그 성가가 높아졌다. 주로 봉화군 춘양면을 통해 반출된 것이 춘양목이란 별칭을 얻은 연유다.
주산지가 봉화군 소천면 현동리·분천리·임기리·승부리 일대. 일제이후 계속된 남벌로 자원이 많이 줄기는 했지만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이 일대 3만8천2백여ha의 임야가 춘양목의 숲이었다. 이웃 춘양면 내 1만4천여ha도 절반 가량이 춘양목으로 덮여있었다.
그러나 4∼5년 전 솔잎혹파리가 침투하면서 결정적인 피해를 보았다. 주산지 일대 임야의 80%이상이 솔잎혹파리 피해로 고사했다. 춘양면 일대에서는 춘양목이 자취를 감추게 됐다.
주민들과 도·군 당국은 솔잎혹파리가 번져 벌겋게 말라죽는 춘양목을 보고 발을 굴렀다. 백방으로 구체방안을 찾았지만 별무성과. 3∼4년만에 춘양목의 주산지는 모두 황폐화되고 말았다.
현재는 소천면 분천리와 남회룡리 일대에 2천6백여ha 정도가 남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일대는 다행히 기업 임업회사인 성창림원이 조직적으로 관리, 솔잎혹파리의 피해를 거의 보지 않고 있으며 성창림원 측은 앞으로 한동안은 일체 벌채도 하지 않을 방침이다.
일제 때 목상으로 일했던 권병환씨(65·경북 영주시 영주2동)는 한창 때인 1930년대에는 하루에도 수십 「트럭」씩 춘양목이 외지로 반출돼 나갔다고 증언했다.
춘양목은 건축재 외에도 장롱·소반 등 가구재와 관 재목으로서도 최고품으로 꼽혀 온다.
지난해 전국 조림가협회 회원 60여명은 소천면 남회룡리 춘양목 자생지에서 「세미나」를 열고 사라져 가는 춘양목의 보호, 계획 조림 등을 의논했으나 이는 한두 독림가의 노력보다는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아쉬운 것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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