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한 서점가…책이 안 팔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책이 팔리지 않는다. 예년 같으면 연말이 가까워 지면서 매기가 살아나는 11월말에도 서점가는 책을 찾는 사람이 없어 한산하다. 출판계는 올들어 책의 판매고가 예년의 50∼60%,정가 인상을 감안한다면 40∼50%밖에 되지 않아 재고가 쌓이는 가운데 신간 출판계획을 취소하거나 발행부수를 줄이는 비상대책을 세우고있다.
서점가와 출판사들은 이같은 불황이 ▲경기침체 ▲대학생 구매력의 대폭 감소 ▲독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만한 출판물의 부재 등에 원인이 있으며 이같은 상태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숙명여대 앞 숙명 도서 전시관 주인 김석용씨는 올들어 서점가의 불황을 한마디로 전례없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씨는 자신이 속해있는 대학 주변서점 친목단체인 「대학서우회」회원 서점 20여개소도 모두 이같은 불황에 허덕이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일부 서점이 도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형 서점인 종로 서점(대표 장하린)도 판매고가 20%정도 줄었다.「인플레」와 책값 인상을 생각한다면 예년보다 30∼40%는 준 것.
장씨는 78년의 경우 10만부가 넘어야「베스트셀러」로 꼽던 것이 올해는 4만∼5만부 정도면 가장 인기있는 책으로 꼽혀 서적 판매 부진을 잘 반영해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변두리 서점들은 판매고가 절반이상 떨어지는 막바지에 물리고 있다.
20년 동안 책방을 경영해왔다는 박경용씨(50·서울 강남구 삼성동157의60·경기서림 주인)는『책방을 시작한 후 이같은 불황은 처음 겪는 일』이라고 말하고 예년의 45%정도밖에 팔리지 않는다고 탄식했다.
출판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10월말 현재 출판된 신간은 총 6천1백77종으로 79년의 6천2백36증보다 59종이 줄었으며 중판도 4천3백38종으로 2백6종이 줄었다. 부수로는 80년이 초판3천3백65만3백부로 79년 3천4백32만5천5백67부보다 67만5천6백67부 적고 중판은 1백4만7천6백27부가 줄었다.
전집류를 많이 내고 있는 Y출판사는 예년에 30∼40종을 내고 있던 신간을 올해는 10여종밖에 내지 않고 있다. 이나마도 부수를 50%이상 줄였다.
총 서류를 내고 있는 D사는 계획된 신간을 그대로 내기는 하고 있지만 발행부수는 5천부에서 2천∼3천부로 대폭 줄이고 있다.
이같은 불황속에 S, K출판사 등 많은 출판사들이 수금이 되지 않아 부도를 내고 쓰러지기도 했다. 예년의 경우 판매가 부진하면 새로운 기획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시도했으나 올해는 워낙 불황의 정도가 심해 자금이 소요되는 새 기획은 모험으로 보고 기피하고 있다.
이같은 새 기획의 부재는 출판사들의 영세성도 한 원인이지만 독자에게「어필」할수 있는 책을 만들어 내야겠다는 출판사의 출판의욕 상실이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출판사측의 불황에 대한 이같은 수동적 태도는 결국 경기가 호전되고 대학생을 비롯한 독자층이 책을 읽으려는 의욕이 되살아날 때를 기다려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출판 관계자들은 내년에도 이러한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우울한 전망을 하고 있다. <임재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