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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풍경] 경복궁 앞 '북촌 칼국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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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는 지방색이 강하다. 주재료가 고작 밀가루 반죽인데 무슨 지방색이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이다.

씨 암탉 잡는 농촌에선 닭 육수에 애호박과 감자를 넣어 끓이고, 먹을 것 없는 산골에선 멸치 장국에 김치를 숭숭 썰어 넣거나 파.마늘에 고춧가루를 푼 칼국수를 즐겨 먹는다.

해안 지방에서는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조개류나 해산물을 많이 사용하는데 대표주자가 바지락 칼국수다.

서울 등 도회지에 들어서면 사골 육수에 맑게 끓여내 채썰어 볶은 호박나물과 쇠고기 고명을 얹어 먹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청와대 오찬 때 접대하던 칼국수도 이와 흡사하다.

밀가루 반죽에 콩가루를 추가해 고소한 맛을 더하고, 가늘게 면을 밀어 좀더 부드럽게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최근 들어 지방색이 없는 버섯 칼국수가 가세했다. 식탁에서 직접 느타리 버섯.팽이 버섯.표고 버섯 등을 넣고 끓여먹다가 나중에 밥도 볶아 먹는다. 영업용으로 시작한 칼국수라서 '식당표 칼국수'란 별칭도 따라 다닌다.

칼국수는 이처럼 장국의 재료에 따라 닭 칼국수.멸치 칼국수.바지락 칼국수.사골 칼국수.버섯 칼국수로 나뉜다. 이중에 가장 '귀(貴)티'나는 건 역시 사골 칼국수다.

사골 칼국수의 승패는 국물에서 판가름 난다. 무엇보다 국물에서 쇠고기 누린내가 나지 않아야 한다.그러면서도 진하고 구수한 고기 맛이 살아 있어야 한다.

다음은 사골 육수와 칼국수 전분이 만들어낸 걸쭉함을 달래줄 김치가 중요하다. 시큼한 신 김치보다는 붉은 고추와 고춧가루로 칼칼하게 맛을 낸 겉절이 김치가 제격이다. 새콤하게 잘 익은 백김치도 훌륭하게 어울린다.

서울 경복궁앞 북촌 마을에 사골 냄새를 진하게 풍기는 칼국수집'북촌칼국수(02-739-6334)'가 있다. 주인의 어머니 솜씨를 살린 사골 칼국수를 손님상에 올린다.

음식점으로 개조하기 전부터 남편과 아들 친구들에게 끓여 먹이던 칼국수란다. 반찬이라곤 겉절이 김치와 백김치 두개뿐인데 식탁마다 더 달라는 성화가 끊이지 않는다.

깔끔한 한옥 분위기의 2층 건물에 주차 대행 서비스까지 해준다. 칼국수 한그릇 먹고 5천원 내고 나오기가 민망할 정도로 맛.시설.서비스가 만족스럽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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