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포의 자유 입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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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그동안 모국과는 소원한 관계였던 이른바「문제 해외 교포」8백60여명에 대한 입국 규제가 풀렸다.
새 시대를 맞아 해외동포들에게도 국가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주고 같은 국민으로서의 일체감과 모국애를 고양하기 위한 조치다.
어느 때 보다도 국민적 화합이 요청되고 더우기 재외국민에 대한 보호 조항을 새 헌법에 명시하고 있는 제5공화국의 정신과 기조에 비추어 정부의 이번 조치는 바람직한 일로 생각된다.
이번에 규제가 풀린 대상자는 과거 반정부 행위를 한자 가운데서 개준의 점이 뚜렷한 사람을 비롯해서 해외근무 중 근무지를 이탈해서 귀국치 않은자, 병역기피자, 여권법 위반자, 관세사범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반정부 행위자에 대한 구제에 주안점을 두고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마디로 반정부 행위라고 하지만 그 동기가 각양각색이고 그 정도에 있어서도 사람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김형욱의 경우처럼 요직에서 물러나자 갑자기 반정부로 들아 조국에 큰 해독을 끼친 경우가 있었는가하면, 소수 민족으로서의「콤플렉스」때문에 자기과시를 위해 반정부 활동에 뛰어든 경우도 많았다.
그 동기가 어디 있었든 결국은 이들이 이주한 나라의 문화에 쉽사리 동화될 수 없다는 좌절감에 더하여 이른바「유신 체제」가 해외교포들의 상당수를 반정부 운동에 뛰어들게 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남북으로 분단되어 세계 도처에서 불꽃튀는 대결을 벌여야 하는 우리 민족이 반정부다, 친 정부다 해서 이민족 앞에서 상쟁과 길항의 추태를 부린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한때 해외교포의 반정부 활동은「반정부」란 말보다「반한」이란 말이 적당할 만큼 격화되어 북괴와의「커넥션」을 우려해야 할 심각한 측면마저 없지 않았다.
정부가 2백60여명에 이르는 과거 반정부 행위자에 대한 입국 규제를 해제한 것은 이들의 대부분이 지난날의 반정부적 입장을 탈피하겠다는 뜻을 밝힌 때문이기도 하다.
해외에서의 반정부 분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치적인 확신을 가진 경우는 극히 드물고 감정적으로 부화뇌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개중에는 국내에 은닉해 둔 재산과 같은 자기 이익을 보호하려다 좌절되어 행동이 극렬화한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이들의 주된 반대목표였던「유신체제」대신 민주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새 정부가 들어선 지금 반대할 명분이나 실체가 불분명해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전환기를 통해 국내외적으로 보다 많은 국민이 새시대 건설에 동참할 수 있도록 아량과 관대한 조치를 베푸는 것은 새 정부의 최대과제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이 조치는 국민화합을 한결 굳건히 하는 또 하나의 결단이라고 불리어질만하지만 몇가지 문제점은 있다.
가령 병무사범으로서 만30세가 넘으면 전비를 묻지 않는 것이 선례가 된다면 일부 특권층에 의해 악용될 우려가 있다. 그리고 선량한 해외동포를 가장해서 불순분자들이 국내에 잠입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현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재외 공관장의 건의를 중시하고 재량권을 준다는 것은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라 믿지만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과학적인 대책과 함께 운용의 묘를 살려 공산당을 제외한 모든 동포들이 이 조치의 혜택을 입게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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