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는 「미선나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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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충북괴산군 자생지서 5백그루 새생명 뿌리내려
【미선나무를 자생지로-.】
자생지(자생지)인 충북 괴산군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하마터면 멸종될 뻔했던 천연·기념물 미선(미선)나무가 주민들의 끈질긴 보호운동 1년만에 제모습을 드러냈다.
미선나무는 1속(속) 1종(종)뿐인 목서(목서)와 낙엽활엽 관목으로 괴산군 내 3개소에서만 자생하는 세계적인 희귀식물. 잎은 타원형이고 3월에 흰색·담홍색 꽃이 잎보다 먼저 피며 부채골 모양의 열매를 가을에 맺는다.
키는 l·5m가량.
이 나무는 1955년 괴산군 장연면 송덕리 산58 야산에서 황병옥씨(당시35세·장풍국교 근무)가 발견, 1958년 4월 30일 천연기념물 제147호로 지정됐다.
이 미선나무가 군집하는 곳은 흙은 보이지않고 작은들과 바위만 쌓여있는 가파르게 경사진 들산.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고 교과서에 까지 질리자 관광객들이 몰려 들었다.
보호를 위해 안내판·절책을 세우고 관리인을 두었으나외 지사람들은 단속의 눈을 피해 한두그루씩 자기집으로 뽑아갔다.
이렇게 반출된 미선나무는 토양이 맞지 않아 고사했다.
자생지에 몇그루 남은 나무는 짓밟혀 생육이 부진했고 번식이 되질 않았다.
세계 다른 어느 지역에도 없는 진귀한 식물이 멸종위기에 빠진 것.
이에 괴산군은 지난해 11월 l일 육림의 날을 맞아 『미선나무를 되찾자』는 「캠페인」과 함께 우선 주민들이 보호하고 있는 나무부터 찾자며 14개 각읍·면사무소에 「미선나무 헌수창구」를 지난 1월 설치했다.
처음에는 주민들의 인식부족으로 귀한 나무를 선뜻 내놓지 않았다.
4개월에 걸친 설득 끝에 헌수 창구에 들어 온것이 5백 그루.
특히 야생 미선나무의 씨를 받아 삼목 실험에 성공한 연풍면 산업계장 김종기씨(50)는 7∼8년생 1백그루를 헌수했다.
괴산군청 새마을과 권봉희씨(28)는 군내 각가정을 돌며 학단 구석에 처박혀있는 미선나무를 모았다.
군은 이렇게 모아진 5백 그루의 미선나무를 지난 식목일 송덕리·추정리·율지리 자생지로 돌려보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지 22년만에 불법으로 반출돼 흔적만 남아있던 자생지엔 향내와 탐스러운 꽃을 자랑할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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