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스럽기만한 국민학교 운동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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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콜레라」 방역령에 묶여왔던 국민학교 운동회가 다시막을 올렸다.
그러나 즐겁고 유익해야할 운동회가 대부분 비좁은 운동장, 줘꼬리만한 예산사정등으로 「2부제, 3부제」운동회가 되는 하면 일부학교에서는 무성의한 운영으로 어린이들에게 도리어 고통스런 행사가 되고있다.
지난 20일 이틀동안 운동회를 연 서울K국민학교(갈현동)의 경우 학생수가 모두 3천여명에 운동장 2천3백여평.
전체학생이 조회조차 제대로 하기 힘든 형편으로 학생전체가 잠가하는 운동회는 상상도 할수 없다.
「연1회실시」의무화 지시에 따라 운동회롤 열지 않을수 없어 20일은 2, 4, 6학년, 21일은 1, 3, 5학년이 각기 나누어 2부제 운동회를 열었다. 둘쨋날의 경기종목은 모두 53종목으로 이 가운데 단체경기는 43종목. 청군·백군 대기석과 학부모석·교사석·본부석· 위생석· 방송석· 육성회임윈석을 빼고 나면 실제 운동경기장은 형편없이 줄어든다.
경기장도 단체경기장과 개인경기장으로 나뉘고 보면「줄다리기」「기차놀이」등 단체경기는 길어야 1분 동안끝에 싱겁게 가버렸다.
다른 시합 「팀」이 줄을 서 기다리다 경기가 끝나면 먼저 「팀」을 밀어내듯 운동장에 몰려들고 개인경기에 참가했던 어린이들은 다음경기까지 1시간씩 열을지어 기다려야했다.
박인희군(11·K국교5년)은 줄다리기등 3종목에 출전하여 5분동안 경기하기 위해 쌀쌀한 날씨에 3시간을 기다렸다고 투덜됐다.
지난21일 운동회를 가졌던 M국민학교는 1천4백81평의 운동장에 4천6백50명이 들어차 평당 3명이 차지한셈. 비좁은 운동장이 짜증스러운외에도 도구도 갖추지 못한 경기, 단조로운「프로그램」이 어린이들의 즐거운 꿈을 깼다.
가장 즐거워야 할 점심시간에는 부모들이 정성껏 싸온 도시락을 먹을 장소가 없었다. 눈을 뜰수 없을 정도의 흙먼지에 제대로 자리를 펼 곳이 없었다.
이 학교 6학년 김한주군(13)은 『소풍이든 운동회든 한가지만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며 『오늘일기는 즐거움보다 불평을 쓰게 될 것 같다』고 했다. 학부모 한순리씨(32)는『운동장사정으로 학부모초청은 않기로 했다면서 애들 마실 보리차조차 준비하지 않았다』 고 학교측의 무성의를 나무랐다. 1학년생인 아들이 궁금해 학교에 나왔다는 한씨는 『도대체 어디서 몇 학년이 무슨 경기를 하는지조차 모를 만큼 꼭 시장바닥같다』고 말했다.
국민학교 운동회 지원비는 서울의 경우 교사식대9만5천원과 학급당 3천3백원씩 36만5천원. 이때문에 학교측은 줄다리기·달리기등 비용이 적게 드는 단조로운 경기만을 하게되고 푸짐한 상품은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K국교 6년 이건중군은『하루종일 달리기만 하니 재미는 없고 피곤하기만 하다』고 했다. E국교 4년 정현정양(11)은 『부모에게 자랑할 상품이 없어 열심히할 흥미가 없다』고 했다.
작가 한말숙씨는 운동회내용이 학부모·학생 모두의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되어야 한다며 지방중소도시의 운동회가 학교만의 행사가 아닌 마을 전체의 축제인것처럼 운동장이 비좁으면 대학운동장·공설운동장·체육관·광장등을 이용하는 방법도 연구해 보아야 한다고했다.
아동작가 어효선씨는 l백원짜리 「노트」도 「상」자가 찍히는 어린이들에겐 물건값이 상의 값어치가 있다며 어린시절의 추억인 상받는 기쁨을 많은 어린이에게 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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