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석 통일원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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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남북적십자회담의 한국 측 수석대표로 부르는 것이 더 귀에 익은 이범석 통일원장관-.
지난6일부터 전국30개 지역에서 개최되는 지역통일꾼대회에 부지런히 나다니는 이 장관은 통일원을「연구하는 부처」에서「행동하는 부처」로 탈바꿈하는데 여념이 없다.
『통일이 쉽게 오는 게 아닙니다. 국제간의 권력정치로 인해 분단된 한반도가 재통일되려면 여건이 무르익어야지요. 인내심을 가지고 긴 안목으로 추진해야하는 사업이라는 것을 국민들이 이해해야 합니다』
이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통일원의 임무라고 이강관은 정의한다.
『남북대결은 울타리를 가운데 둔 사이 나쁜 아래윗집과 같습니다. 아랫집 식구들은 각자 열심히 벌면서 단란하게 뭉쳐 점점 부강해 가는 윗집은 계속 싸움할 생각만으로 자식들을 혹사시킨다면 그게 오래 가겠습니까 』
북한도 언젠가는 적화통일의 망상에서 깨어나 화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된다는 주석을 달았다.
6척이 넘는(183cm) 훤칠한 키에 몸무게 83kg의 거구가 사람들을 압도하는 이 장관의 천부적 무기다. 거기다 오랜 외교관 생활(외무부의전실장,「튀니지」·인도대사)로 세련된 몸매를 가졌고 화술이 또한 일품이다.
일찍이 「6·25」사변 직후의 포로교환 때 중앙조직위원회 우리측대표로 북쪽과 첫 대결한 이 장관은 57년「뉴델리」에서 납북인사375명의 명단을 받아냈고 59년에는 재일 동포 북송반대회담에 나섰다. 남북적십자회담 대표로는 평양을 4차례나 다녀왔으니, 가히 통일문제의「베테랑」이라고 할만하다.
『이 자리를 천직으로 알고 일하겠다』며 『통일의 기반을 잡아놓고야 물러서고 싶다』고 했다.「일을 안하고는 못 배기는」성격 탓도 있겠으나 그의 취임 한 달만에 통일원은 남북대화업무를 단일화시키기 위해 조직개편 등 큰 의욕을 보이고있다.
협상의 명수라는 얘기가 있다고 짚어보자,『무슨 일이든지 정도가 중요합니다. 잠시 빚을 보기 위해 정도를 외면하면 결국 지게됩니다』라면서 양보할 수 없는 문제는 끝까지 양보 안 하는 것이 정도라는 「협상관」을 편다. 이 장관의 이런 원칙 때문에 더러는 「옹고집」혹은「뚝심」이 세다 는 얘기를 듣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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