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경기도 이천에서-소설가 최창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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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창학씨는 올해 40세의 소설가다. 68년 「극작과 비허」이란 잡지에 중편『창』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그 뒤 『먼 소리 먼 땅』 『구멍』 『이민 전날 밤의 산책』 『검찰관의 겨울』 등 많은 중·단편을 발표했다. 작품마다 문장·수법·구성 등을 달리하려 애쓰고 있고 실험적인 수법과 전통적인 수법을 병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가 경기도 이천군 이천읍 중 2리 142의 1로 옮겨 앉은 것은 77년4월이다.
본인의 말을 빌면 『전원 생활이 좋고 어쩌고 해서가 아니라 서울에서 못살아 쫓겨난 처지』라고 했다. 무슨 소린고 하니 젊어 덮어놓고 살 때는 잘 몰랐는데 이것저것 생각해가며 살 나이가 되자 서울 생활이 그야말로 미칠 것 같았다는 얘기다.
눈에 들어오는 사물 하나하나, 귀에 들리는 소리 하나하나, 의식을 건드리는 현상 하나 하나가 모두 고문처럼 느껴져 환 시·환청 현상까지 일어났다는 것이다.『결국 나는 미치지 않기 위해, 이미 미쳐버린 나를 다스리기 위해 정처 없이 서울을 떠났다』는 고백이다.
떠밀려 다니다가 닿은 곳이라 하지만 최씨가 사는 이천은 참 경치 좋고 공기 맑은 곳이었다 .쓰레기장의 냄새와 보리밭의 냄새가 다르듯 서울의 냄새와 시골의 냄새가 완연히 달라, 최씨에게선 맑고 시원한 시골의 햇살과 바람 냄새가 청량하게 풍겨 났다. 이곳 생활은 정말 자유스러워 소설도 더 잘 씌어진다고 최씨는 기분 좋게 웃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요 몇 달 사이만 해도 최씨는 『긴 꿈속의 불』 (단행본)『천년의 숨』등 2편의 장편을 마무리 짓기도 했다.
최씨 집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가면 운봉이란 저수지가 있다. 『아, 한달 만이라도 이런 곳에 생활할 수 있다면』할만큼 안식을 주는 아름답고 평화롭고 매력 있는 곳이다. 최씨는 사흘이 멀다고 산엘 오르고 무료해지면 아무 때라도 낚시터를 찾는데, 도대체 지금 세월이 어떤 세월인데 이토록 뻔뻔스럽게 한가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하고 자책에 빠지는 수도 있다고.
그러나 어차피 언젠가는 죽어 자연으로 돌아가야 되는 것이 사람이라면 미리부터 자연과 좀더 친근해져 사는 것도 현명한 일이 아니냐고 최씨는 덧 붙였다. 이 말에 기자는 참 옳다고 한참이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최씨는 이화여대미대를 졸업한 김희숙씨와 결혼, 슬하에 아들 (필·6) 하나를 두고 있다. 글 김준식 기자 사진 송영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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