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레드삭스 "저주는 없다" 86년만의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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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한창 진행중인데도 모두 웃고 있었다. 관중석에 앉아있는 존 헨리 구단주도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경기에 대한 부담은 없는 것 처럼 보였다. 뉴욕 양키스와의 격전을 치른후 벌어진 월드시리즈는 '저주의 근원'을 없앤 행복한 결말처럼 편안하게 진행됐다. 입가에 번지는 미소처럼 86년을 이어온 저주는 마술처럼 풀어졌다.

보스턴 레드삭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1918년이후 86년만에 찾아온 감격이었다. 시리즈전적 4연승. 챔피언십시리즈부터 이어온 연승의 숫자도 '8'로 늘렸다.

28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홈구장 부시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04월드시리즈 4차전 경기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3-0완승으로 끝났다.

1회초 자니 데이먼의 선제홈런은 우승의 문턱에 왔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고, 3회터진 트롯 닉슨의 2타점은 우승으로 가는길의 불을 밝힌 횃불이 됐다. 마지막 문턱의 길잡이 투수 데릭 로우는 7이닝동안 피안타 3개와 볼넷 1개만을 내주는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펼치며 레드삭스를 우승의 길로 이끌었다. 조니 페스키(46년 월드시리즈 패배의 빌미)-빌 버크너(86년 월드시리즈 연장전 실책)의 어깨를 짖누르던 '저주'도 말끔히 풀어졌다.

'괴물타선'이라는 카디널스는 중심타선의 부진으로 이렇다할 반격한번 못하고 맥없이 4연패로 무릎을 끓었다. 최종전이 된 4차전에서는 래리 워커-앨버트 푸홀스-스캇 롤렌-짐 에드몬즈로 이어진 타선은 13타수 1안타의 빈공으로 완봉패를 당했다.

자니 데이먼-올랜도 카브레라-매니 라미레스-데이비드 오티스-제이슨 베리텍-빌 뮬러-트롯 닉슨-마크 벨혼-케빈 밀라. 페드로 마르티네스-커트 실링-팀 웨이크필드-브론슨 아로요-마이크 팀린-앨런 엠브리-키스 폴크의 투수진. 그리고 주전선수들을 뒷받침했던 덕 멘케이비치-포키 리즈-게이브 케플러의 벤치멤버들의 이름은 '86년간의 저주' 길고도 긴 악명을 자랑했던 '밤비노의 저주'를 깬 팀의 일원으로 많은 팬들의 기억에 자리잡을 것이다.

피로 붉게 물든 실링의 양말과 함께 2004월드시리즈는 붉은양말 팀의 승리로 끝났다.

Joins.com 유효상 기자


보스턴 레드삭스의 1918년 월드시리즈 우승 기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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