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서 북괴병에 행패당한 헨더슨 중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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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모자를 치워.』
75년6월30일 하오4시7분. 군사정전위원회 제3백64차 본회의가 열리고있는 판문점 회담장밖「벤치」에 모자를 벗어놓고 앉아있던「월리엄·D·헨더슨」소령(당시36세·정전위공동감시구역내 미군전방지원사령관)에게 북괴기자 한철(일명 배성동) 이 시비를 걸어왔다.
한은 「벤치」의 등받이에 걸터앉아 「헨더슨」소령의 머리위에 손을 얹고 『이놈이 나보다 키가작다』며 심한 야유를 퍼부었다. 「헨더슨」소령이 일어서며 한철에게 『불손한 태도를 삼가라』고 주의하자 한은 「헨더슨」의 배를 두어번 때렸다. 이를 신호처럼 근무교대를 위해 주위에 몰려있던 1백여명의 북괴경비병이 몰려들어 『죽여라』는 고함과 함께 「헨더슨」소령을 땅에 넘어뜨리고 머리와온몸을 구둣발로 마구 짓밟아 실신시켰다.
이를보고 몰려온 30여명의 「유엔」군측 경비병들과도 주먹다짐이 벌어지고 정전위본회의가 5분간 중단되기까지했다. 후두부 파열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된 「헨더슨」소령은 기관지 절개수술을 받은후 다음날 미국 「월터·리드」육군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난동은 미국정부의 항의와 북괴측의 발뺌·뒤집어씌우기라는 도식적 절차로 미지근하게 끝나버렸지만 바로 다음해에 일어난 「8·18도끼만행」의 서막과도 같았던 사건이었다.
당시 귀국한 「헨더슨」소령은 몇달동안 「월터·리드」에서 치료를 받다 76년이후 국방장관실·육군참모총장실등에서 일했고 77년6월에 중령으로 승진됐다. 78년이후「조지아」주의 「포트·베닝」 기지에서 대대장으로 근무하던그는 올봄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시의 미제6군 351민사사령부로 전임됐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큰시련을 겪은 셈입니다만 아직 한국과 한국민을 좋아 합니다.』
부대규칙때문에 기자와정식「인터뷰」를 못하고 전화로만 짤막하게 통화하면서 「헨더슨」중령은 어떤 의미로든 한국은 잊을수 없는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위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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