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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의 도전|본지창간15주년기념 특별기획<8>|제1부 국제정세와 한국의 안보⑥|미국의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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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의 유명한「칼럼니스트」「에번즈」와「노바크」「콤비」는 지난79년10월 PRM(대통령검토각서)제10호와 제24호를 폭로, 특히 동「아시아」제국을 놀라게 했었다. 이른바『「스윙」전략』으로 알려진 이 각서에 따르면「유럽」이 소련의 침략과 같은 중대사태에 직면할 때 서태평양 주둔 미 해군함대의 대부분을 그 쪽으로 이동시킨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이 한국동란 이래 구상해온 전략으로 사실상 한반도와 일본을 소련의 위협 속에 방치해 둔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미국의 방위전략 비중이 어디에 있는지는 저걸로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계획은 내밀히 미국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충격 던진 prm10호>
더구나 그것을 비밀 속에 덮어둔 의도는 서 태평양지역에「힘의 공백」을 남길 수밖에 없다는 미국의 고충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은 이 전략대로라면 미국의 방위선에서 제의되거나 소외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소련에 비교해서 군사·지리 면에서 불리한 입장에 있다. 해외파유 미군은 미 본토에서 대양을 하나씩 건너「유럽」과 서 태평양에 주둔하고 있다. 이것은 우선 보급 및 수송에 어려움을 안겨주고 한편 전세계 곳곳에 병력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병력의 숫자를 확보해야할 문제도 있다.
따라서「스윙」전략은 해외에 주둔하는 미군을 적절하게 이동시킴으로써 1차 적으로는 경비를 절감하고 병력의 부족도「커버」할 수 있는 능률적인 대처방안으로 평가한 것이다.
이런 전략으로 가장 심각하게 영향을 받을 지역은 한국을 포함해 일본·서 태평양 제국이다. 미국은 이런 문제들을 덮어두기 위해 PRM10호와 24호를「극비」속에 감추어 둔 것이었다.
「새뮤얼·헌팅틴」교수(미「하버드」대) 는 미국의 그와 같은 고충을 이해하고 있었다.
미국이「페르시아」만이나 인도양에 두 척의 항공모함을 배치하면서 동시에 동「아시아」에 필요한 해군력을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평가다.
그러나「스윙」전략에 따라 서 태평양지역의 미군주력이「유럽」이나 중동으로 빠져나갈 경우 불안을 느낄 나라는 한국이나 일본만이 아니다.
중공까지도 새로운 불안을 갖게 될 것이며「타일랜드」같은 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맹방방위 공약 위반이다>
미 국방장관을 역임한「제임즈·슐레진저」는 이런 국면을 우려하며 미해군을 인도양에 배치할 경우 동북「아시아」지역엔 지상군을 추가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서「페르시아」만 지역에도 항공모함을 파견하고 해군기지를 확보한 뒤 궁극적으로는 미 지상군의 항구적인 주둔이 가능해야 한다는 적극논을 편다.
미국이 최근「오만」과 기지사용협정을 맺고 신속배치군(RDF)을 창설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시도로 평가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 합창의장을 물러난「토머스·무어러」제독은「스윙」전략의 실상을 설명한다.
미국은 한국휴전직후인 1953년부터「스윙」전략의 개념을 도입했으며 60년대에 접어 들어 그것은 구체화됐다. 그 무렵「맥나마라」국방장관이 이룩한 계획이었다.
그 뒤에 제기된「닉슨·독트린」도 역시「스윙」전략과 뿌리를 같이한다. 일본 등「아시아」제국이 방위비를 분담하는 문제 등으로 나타나 미국의 서 태평양 방위선 후퇴정책이 바로「닉슨-독트린」의 골자였다.
「스윙」전략이 공개되자 미국의 안팎에선 찬반논이 분분했다.
우선「스윙」전략을 찬성하는 측은 미국민의 세금부담을 줄일 수 있는 군사경비절감을 그 명분으로 제시했다. 게다가 병력의 효율적인 사용을 내세우고 서구제국에 안도감을 줄 수 있는 문제도 중요한 의미로 해석했다.
그러나「스윙」전략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높다. 국가적인 신의를 존중하는 사람들은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 위반이라고 말한다.「유럽」에서의 미국군사력이 상대적으로 열세라는 사실을 결과적으로는 자인하고만 것도 결코 각은 문제는 아니다. 심리적인 패배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다.
군사전문가들의 견해는 이보다도 훨씬 더 강경하다.「스윙」전략은 소련군이 극동에서 증강되고있는 현실을 무시한 것이고 실현성조차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도상계획에 불과하다">
소련은 이미 극동에 47개 사단병력과「백파이어」전략전폭기를 배치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블라디보스토크」의 극동함대를 대폭 증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놓아두고 과연 미대평양함대가 이동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며 설령「스윙」전략에 의해「유럽」지역으로 이동한다고 해도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필리핀」의「수빅」만에서 떠난 미 해군함대가「유럽」에 도착하려면 적어도 30일은 걸린다고 한다.「뇌격전」에서 이것은 의미를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유럽」의 장기전에 대처하는 작전이라면 그것대로 문체가 있다. 태평양함대를 장기간 약화시키면 소련극동함대의 도발엔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것이다.
이처럼「스윙」전략이 물의를 빚고 또 설득력도 잃게되자 미국정부는 한낱 도상계획에 불과하며 미국방생의 수많은 계획가운데 하나라는 변명을 하기에 이르렀다.「브라운」미 국방장관이 개년10월 한국을 방문한 뒤 일본에서 이른바「역스윙」전략을 공표한 것도 역시「아이러니컬」한 일이었다.「역스윙」이래「아시아」에서 어민 사태가 벌어지면「유럽」이 주둔미군이「아시아」로 달려온다는, 이를테면 종래의「스윙」전략과는 정반대의 개념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해명」이나「역논리」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되었던지 결국 지난 6월5일 공식으로「스윙」전략의 취소성명을 내고 말았다.「카터」대통령은 그 성명에서 한국·일본등 동아시아」우방은「유」중동 마찬가지로 미국의 국가이익에 중요하다고 확인했다.
이것은 미국의「아시아」정책에 있어서 다시금 새로운 이정표가 설정된 것으로 해석해도 좋을 것 같다.

<소군 증강…정세 달라져>
첫째는 군사문제에 대한 자체반성의 소리에 미국 스스로가 귀를 기울이게 된 것 같다. 둘째는 80년대에 들어 미국의 방위의지가 한결 확고해졌으며, 셋째는「이란」·「아프가니스탄」사태이후 중동의 중요성이 새로이 부각된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소련의 극동군이 날로 증강되고있다는 사실 앞에 미국은 비로소「아시아」방위의 절박감을 피부로 느끼게 된 것 같다. 오늘의 국제정세는「스윙」전략이 입안될 무렵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미국의 맹방이나 우방의 독립을 위협하는 그 어떠한 군사적 행동에 대해서도 잠재적 적들조차 감히 그와 같은 행동을 기도하지 못하도록 막기에 충분하고 강력한 반격을 가할 것임을 명백히 밝혀둔다.』
이것은 미 공화당 대통령후보인「리건」이 정강기조연설에서 밝힌 주장이다. 미국은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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