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부서 뒤늦게 색출작업|미 노조의 협잡꾼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횡령·유용·갈취·증수회·탈세, 필요하다면 살인까지도 마다 않는다.
주인공은「마피아」두목도, 냉혹한 대기업가도 아니다. 요즘 들어 미국 안에서 그 어느 때 보다도 극성을 부리고 있는「노동계의 협잡꾼들」이다.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 74년 이후 7년 동안 노조와 관련된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조합간부의 수는 4백50명에 이른다. 물론 큼직한 사건만 집계한 것. 이중엔 노조최고 간부급만도 20여명에 산별노조 총 연맹(AFLCIO) 중앙집행위원까지 끼어있다. 이들이 빼돌린 돈은 1억7천만「달러」(1천20억원). 이것조차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관계 수사관들의 말이다.
물론 노조간부가 모두협잡꾼·범죄자들은 아니고 범법자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조합수로 봐도 7만5천개의 단위조합 중「부패」에 시달리는 것은 0·5%도 안되는 3백 개소 남짓이다.
허술한 법망과 비능률적인 집행덕분에 횡령정도로는 감옥에 가는 일은 거의 없으며 실형을 받더라도 철창 안에서 계속노조를 원격조종하다가 다시 권좌로 돌아오는 것이 보통이다. 부패분자들의 색출에 대한 노동계, 자체의 비협조도 문제다. 노조지도자들은 부패분자가 「극히 일부」라며 외부의「지나친 간섭」을 거부해왔다.
노조를 번들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범죄조직의 검은손이다. 법무성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내 주요노조 중「팀스터」노조·국제노동자조합·항만노조·접객업소종업원 및「바텐더」조합 등 최소한 4개 노조가「마피아」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들 4개 조합에서 발생하는 범죄가 전체노조범죄수의 3분의1을 차지한다.
노동계의 부패와 범죄를 상징하다시피 된「팀스터」노조는 원래는 이름대로「트럭」운전사들의 모임이었으나 지금은 온갖 직종의 3백만 조합원에90억「달러」의 연금기금을 가진 미국최대의 노조로 지난75년 전「보스」이던「제임즈·호퍼」의 의문의 실종사건으로 더욱 유명해졌다.「호퍼」는 조합안의 권력다툼 끝에 살해된 것으로 보이나 아직도 시체조차 찾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에 빠져있다.
이 조합은 8백 개의 지부중 최소한 35개가「마피아」의 손안에 들어있는 것으로 노동성에선 보고있다. 「뉴저지」지부의「보스」「앤터니·프로벤자노」같은 친구는 지부 장악을 위해 살인까지 한 것이 뒤늦게 발각돼 78년 종신형을 받았으나 딸을 노소「보스」로 앉히고 교도소 안에서 태연하게 1만2천여 조합원을「옥중지배」하고 있을 정도다.
노조부패에 대한 여론과 의회의 압력이 커지자「카터」행정부는 근년들어 노동성·법무성에 FBI까지 동원, 뒤늦게나마 기본자료 조사와 함께 지역별로「색출작전」을 펴고있으나 1880년께 처음 싹튼 이래 1백년간 노동조합의 고질로 자라온 부패와 범죄가 과연 막아질 수 있을는지는 당국자들도 고개를 가로 짓고 있는 형편이다.【워싱턴=김건진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