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휴가 중 "무슨 일이냐" 전화 … 한 장관, 다음날 전군지휘관회의 소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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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윤 일병 사건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박근혜(얼굴) 대통령은 5일 국무회의에서 군을 강하게 비판하는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은 휴가 중이던 지난 1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사건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 당국자는 “휴가 중이던 박 대통령은 언론 보도를 통해 윤 일병 사건을 접한 뒤 한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진상을 파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날 각 군 총장과 만나 고위 정책간담회를 했던 한 장관이 토요일인 지난 2일 오전 각 군 총장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책회의를 긴급 소집한 것도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사안의 심각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4일 “청와대는 이번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박 대통령은 이번 문제를 국가혁신 차원에서 없애야 할 적폐라고 보고 철저한 대책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지난달 16일 박 대통령이 전군 주요지휘관 140여 명에게 오찬을 대접하며 22사단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해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식을 군대에 보낼 수 있도록 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한 지 보름 만에 이번 사건이 불거져 더욱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휴가에서 복귀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2일과 3일 연속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보고를 받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격노했다고 한다.

 다만 청와대의 방침은 ‘선(先) 진상조사-후(後) 문책’이란 설명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진상조사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며 “(후속 대응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부모들이 자식들을 안심하고 군대에 보낼 수 있도록 제도가 만들어지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사건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보고 받은 시점이 논란이 되자 윤 일병의 사망 다음 날인 4월 8일 김 실장이 간단한 보고만을 받았다는 국방부의 설명을 확인했다.

정용수·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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