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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살인예고 신고 무시했다가…실제 사건 터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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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살인을 예고한 피의자의 경고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는데 실제 살인 미수가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30분쯤 군산시 경암동의 한 버스정류장 앞에서 조선족 심모(40)씨가 여대생 오모(18)씨의 오른쪽 허벅지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 오씨는 범행 직후 곧바로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오씨는 "누군가 따라오는 느낌을 받아 뒤를 보자 남성이 흉기를 휘두르고 달아났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심씨의 범행은 경찰이 신고에 대한 확인 조치만 했어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씨는 이날 범행 전 전북경찰청에 4차례 전화를 걸었고, 이 중 3차례 살인 등 범죄와 관련한 말을 했다.

첫 전화는 오후 4시29분으로 "어디세요"라고 묻고 전화를 끊었다. 32초 후 다시 전화를 걸어서는 "사람 죽여도 일 있냐" "사람 죽이에요"라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 네 번째 전화에서는 "내가 사람 죽이고 신고하는 거다"고 해놓고, 경찰이 "어디냐"고 묻자 "모른다"며 전화를 끊었다.
경찰은 "장난 전화하면 처벌 받는다"면서 심씨의 전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현장출동 지령도 내리지 않았다. 결국 심씨는 경찰과의 마지막 통화 종료 47분 후 아무런 이유 없이 길가던 오씨를 흉기로 찔렀다.

경찰은 목격자의 신고가 접수되자 순찰차를 현장에 보내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이미 사건이 벌어진 후였다.

심씨는 오후 7시쯤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왔지만 "택시기사하고 싸워 자수하러 왔다"는 등 횡설수설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술에 취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와 실제 범행 목적 경고로 보기 어려워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심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하고, 112상황실 근무 직원에 대해 감찰에 나섰다.

권철암 기자 kwon6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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