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겹말을 피하자 (上)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신문이나 방송에 겹말이 상당히 많이 쓰이고 있다. 영어권에도 군더더기 말(redundancy)이란 표현이 있는 것을 보면 우리와 비슷한 모양이다. 정확하고 올바른 말을 써야 하는 글에서는 피해야 할 일이다.

겹말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이 한자어에 뜻이 이미 들어 있는데 우리말을 겹쳐 쓰는 일이다. 이것을 피하려면 '-하다'를 붙여 쓰거나, 우리말로 바꿔 쓰면 된다.

①판이하게 다르다:"두 신문의 1면 톱기사 제목이 판이하게 다르다."(→판이하다, 아주 다르다) <판이(判異)하다가 '비교 대상의 성질이나 모양, 상태 따위가 아주 다르다'란 뜻이므로 '다르다'를 덧붙일 필요가 없다.>

②결실을 맺다:"거름을 적절히 주어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결실을 거두다[보다], 열매를 맺다) <결실(結實)이 '식물이 열매를 맺거나 맺은 열매가 여묾. 또는 그런 열매'의 뜻이다.>

③피해를 입다:"태풍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피해를 보다[당하다], 해를 입다) <피해(被害)가 '생명이나 신체, 재산, 명예 따위에 손해를 보다'라는 뜻이다.>

④남은 여생(餘生):(→여생, 남은 생애)

사족(蛇足)은 필요없다. 글은 간결하고 명료할 때 힘이 있다. 언어에도 '경제학'이 적용되는 것이다.

최성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