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특이한 생존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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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생물에게는 가능한 한 오래 살며 자손을 많이 퍼뜨리려는 본능이 있다.

봄의 상징인 나비도 마찬가지다.

생존률을 높이려는 나비의 노력은 알 낳을 장소를 택하는 부모의 행동에서 시작된다. 나비들은 애벌레의 먹이 식물이 있는 곳에 알을 낳는다. 그런데 일부 종류는 일부러 먹이 식물의 발육이 나쁜 곳을 골라 산란한다.

이는 기생벌들을 피하려는 행동이다. 기생벌은 애벌레의 몸속에 알을 낳아 새끼가 애벌레를 파먹게 한다. 먹이식물의 상태가 좋으면 나비 애벌레도 영양을 듬뿍 흡수하기 때문에 기생벌은 그런 곳을 다니며 희생양이 될 애벌레를 고른다. 이를 피하려고 일부 나비는 나쁜 환경에 알을 낳는 것이다.

애벌레의 생존 전략은 더욱 다양하다. 호랑나비 종류 중 어떤 것의 애벌레는 얼핏 보면 모양과 색이 새똥 모양이다. 새나 육식 곤충이 깜빡 속게 만드는 것이다. 거기다 천적이 다가오면 고약한 냄새를 뿜어 물리치기도 한다.

개미를 호위병으로 거느리는 경우도 있다. 푸른부전나비의 애벌레는 몸에서 개미들이 좋아하는 단물을 내뿜어 개미들을 모아 다른 육식 곤충의 접근을 막는다.

담흑부전나비나 쌍꼬리부전나비의 애벌레는 개미들이 아예 개미집에 모셔가 개미알과 개미 애벌레를 먹이로까지 주어가며 꿀물을 받아먹는다.

번데기에서 나온 어른 나비는 날개 뒤쪽의 동그란 무늬와 꼬리로 위장을 한다. 동그란 무늬가 눈이고, 꼬리가 더듬이같이 보이도록 해서 새들이 꼬리 쪽을 머리로 착각하고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꼬리 쪽만 공격받으면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영국 연구진의 조사에 따르면 이런 위장이 없는 나비를 새들이 부리로 쫄 때는 51%가 머리 쪽부터였는데, 위장한 나비는 65%가 꼬리를 공격당했다.

나비와 비슷한 나방 중에는 날개가 없는 것이 있다. 겨울자나방은 수컷만 날개가 있고 암컷은 없다. 이 부류는 겨울에 번데기에서 나와 성충이 된다. 추운 겨울에 날개가 있으면 그만큼 체온을 더 많이 빼앗긴다.

때문에 암컷은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여 그만큼 알을 더 만들려고 결국 날개가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겨울자나방이 활동하는 겨울에는 천적이 없어 날개를 이용해 도망칠 필요가 없다.

환경이 변함에 따라 국내에서 나비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인천대 배양섭(생물학과)교수는 "상제나비는 이미 5년 전부터 보이지 않고, 큰주홍부전나비도 사는 곳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면서 "큰주홍부전나비 등에 대한 보전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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