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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열도에도 80년만의 "추운 여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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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계적인 이상기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동경은 최근 80년 만에 처음 보는 「차가운 여름」을 맞고 있다. 약 보름동안 계속되고 있는 이상저온현상으로 벼농사는 냉해와 도열병피해를 받고 있고 「에어컨」·수영복 등 여름상품은 「바겐·세일」을 벌써부터 실시하고 있으며 산으로 바다로 휴가 갔던 피서객·관광객들이 일정을 앞당겨 귀가하고 있다.
지난3일 동경의 평균기온은 섭씨19.5도, 최고기온은 21도를 각각 기록했는데 8월 상순의 이 기온은 예년의 10월 상순과 같다. 이 같은 「차가운 여름」현상에 대해 일본기상청 『일본의 여름을 지배하는 따뜻한 태평양고기압이 남쪽해상으로 크게 후퇴하고 그 대신 「캄차카」반도의 찬 대륙성 고기압이 일본열도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차가운 대륙성 고기압이 일본열도를 지배한 것은 오래전에도 그 예가 있어 일부 학자는 일본의「차가운 여름」을 60년 주기설로 풀이하기도 한다.
그러나 동경대 「다께우찌」(죽내균)교수는 이상 기상의 원인을 『인문활동의 누적이 빚어낸 결과』로 보고있다.
즉 「에너지」소비량이 늘어남에 따라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Co2)가 보온효과를 가져 기온을 상승시키고 있고 동시에 공기 중에 먼지가 많아져 태양광선을 차단, 기온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어쨌든 이 같은 이상저온은 농작물은 물론 여름경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일조량부족으로 출 수기를 맞고 있는 벼농사는 냉해를 입고 기온이 낮아 도열병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여름 작물인 「캐비지」「토마토」복숭아 등은 발육이 부진해 상당한 감수가 예상되고 있으며 그래서 벌써부터 값도 뛰고있다.
예년 같으면 관광객·피서객으로 발 디딜 틈도 없었던 「나가노껜」(장야현)「시가」(지하)고원에는 오히려 파리를 날리고있고 「호텔」·여관예약취소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에어컨」·선풍기·수영복등 대표적 여름상품은 작년에 비해 30%나 매상이 떨어졌고 따라서 동경「마루노우찌」에서는 여름상품 「바겐·세일」을 예년보다 1주일이나 앞당겨 실시하고 있다. 「추운여름」덕택으로 전력소비는 최근 보름동안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나 떨어져 석유환산7O만「배럴」이 절약됐다.
여름상품 업계의 비명과는 달리 영화관·전시회장·등에는 인파가 밀려들고 있다.【동경=김두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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