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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 미민주당 전당대회 앞두고 집안 사정을 알아본다(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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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뉴욕지사 등 지지자들 잇달아 등돌려
국제정세도 불리…후보교체운동 활발
미국민주당은 오는11일「뉴욕」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대통령후보를 지명한다. 이렇게 공화·민주양당의 후보가 확정되면 미국대통령선거의 열전은 본 궤도에 오르게 된다. 민주당의 대통령후보 예선에서 자파대의원을 과반수 확보해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던「카터」후보는 「케네디」의원의 끈질긴 도전과 국내외정책의 시련으로 고전해 온데다 지명대회를 며칠 앞두고 「빌리게이트」사건에 휩쓸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11일로 다가온 민주당후보지명대회를 앞두고 「카터」후보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내의 사정과 민주당의정책 등을 분석해 본다.
「빌리게이트」의 파장이 「카터」대통령의 정치생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제1차적인 평가는 1주일 후(오는1l일)에 시작될「뉴욕」민주당전당대회에서 내려질것이다.
현직 대통령의 동생이 미국과 거의 적대관계에 있는「리비아」의 돈을 받고 미행정부의 축면 지원을 받아가며「리비아」를 위한 「로비」활동을 벌였다는 보도는 「워싱턴」정가를 벌집 쑤시듯 했다.
대통령선거를 불과 3개월 앞두고서 상원이 9인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하원 외무부위원회가 사건조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은 「카터」로서는 전혀 상상도 못했던 날벼락이다.
그것이 「빌리게이트」때문만은 아니라 하더라도 아무튼「카터」의 인기는 지금 사상최저의 상태다.
「빌리게이트」가 터진지 며칠 후에 실시한 「해리스」여론조사에 따르면 「카터」를 지지하는 미국인은 22%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최저기록은 74년6월 「워터게이트」사건으로 사임직전에 있던 「닉슨」의 25%였다. 68년1월 「베트남」전쟁으로 재선출마를 포기한 「존슨」의 최저인기는 32%. 75년1월「닉슨」사면으로 궁지에 몰린 「포드」도 36%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았다.
「포드」는 그러면서도「카터」에게 패배했다.
여론조사 결과만을 따진다면 지금까지의 미국 역대대통령 중 22%라는 사상 최저의 인기를 기록한 「카터」는 재선노력을 포기하거나 설사 그가 민주당지명을 받는다 해도 공화당의 「리건」에게 참패 할 것이 뻔할 정도로 암담한 실정이다.
민주당내 소장의원들이 집단적으로 『「카터」낙선』운동을 벌이고 「뉴욕」의「케어리」 주지사나 「카치」시장 같은 「카터」 의 오랜 지지자들이 계속 등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카터」의 참담한 처지가 「빌리게이트」때문이라고만 단정할 수는 없다. 빌리게이트가 없었더라도「카터」의 인기가 올라갈 이유는 별로 없었다.
국제적으로는 「이란」과「아프가니스탄」사태가 아무런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않고 있고 「인플레」와 실업자문제 같은 것도 개선될 전망이 보이지 않고있다.
「카터」의 유리한 외교적 성과였던 중동평화협정마저 「예루살렘」병합 등「이스라엘」의 고집과「빌리게이트」로 인한「이집트」의 반발 때문에 위협을 받고있다.
더구나 지금은 시기적으로 「디트로이트」의 당대회로 일었던 공화당 「붐」이 채 가시기도 전이기 때문에 「카터」의 참모들은 오는 11일에 시작되는 「뉴욕」의 민주당 잔치를 계기로 공화당의 열기를 식히는 동시에 일대 반격작전을 필 구상이었는데 의외의 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빌리게이트」가 예상외로 큰 정치문제로 부각된 저변에는 유대인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정계·언론계의 실정과도 무관할 수가 없을듯하다.
언론계 일부에서 만일 「빌리」가 강경한「아랍」국인「리비아」가 아니고 「이스라엘」을 위해 「로비」활동을 했다면 과연 미국의 언론들이 이같이 집중난타를 가했을 것인가 하는 자가비판의 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카터」자신이 미국동부의 기성정치세대에 도전장을 내고 백악관에 들어서는데 성공하긴 했으나 「조지아」주 시골에서 주유소를 경영하던「빌리·카터」가 미국 외교문제에까지 발을 들여 놓은데 대한 동부지식인들의 반발도 거세다.
이러한 복잡한 사정으로 여느 때 선거 같으면 공화·민주 양당간의 정책적 대결이 한참 무르익을 시기에 선거전과 아무 상관없는 「빌리· 스캔들이 연일「뉴스」를 독점하고 있는 것은 미국정치풍토의 장래를 위해서도 아주 불행한 일이라는 개탄도 나오고있다.
어쨌든 현실은「빌리게이트」가 「카터」대통령에겐 적지 않은 정치적 타격으로 작용하고 있다.「뉴욕·타임즈」지의 「제임즈·레스턴」은 『「카터」대통령은 새로운 상황에서 새로운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타임」지는 『「빌리게이트」가 「워터게이트」 는 아니지만 「카터」대통령은 부주의와 판단착오로 공사를 구별하지 못했다』면서 「카터」의 지도력에 노골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10윌4일까지 계속 될 미의회조사는 필요할 경우 「카터」대통령자신을 증인으로 불러서 미국의 국가이익을 최우선적으로 다루어야하는 미국대통령으로서의 행동이 과연 정당한가의 여부가 「조지아」사단과 「브레진스키」등 「카터」의 「안방참모」들이 「카터」에게 과잉충성을 하기 위해 「빌리·카터」의 사업을 감싸주는가의 여부 등을 따질 것이다.
의회의 조사결과도 중요하지만 선거를 앞둔 대통령이 「피고석」비슷한 의회 증인석에 출두해서 동생의 행동을 변명해야한다는 것은 「카터」에겐 여간 뼈아픈일이 아닐수 없다.
『권력은 잘 쓰면 위대하지만 잘 못쓰면 파멸이 온다』는 「타임」지의 경고가 어떻게 작용될지 「카터」에게는 상당히 급박한 상황이다.
【워싱턴=김건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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