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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박자 부동산 정책, 이제 그만

조인스랜드

입력

[최현주기자] 빨강, 파랑, 노랑. 각각 아름다운 색을 자랑한다. 그런데 이들 세 가지 색을 섞으면 혼탁한 검정이 된다. 부동산 경기 침체 이후 정부가
시장 활성화를 위해 내놓는 정책들을 모아 보면 딱 이렇다.

각각의 방안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고 필요하지만 이들 방안을 합치면 서로 상충돼 효과가 반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경우가
주택임대사업 완화 정책과 주택 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이다.

2011년 초만 해도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세제 혜택을 보려면 임대주택 5가구, 임대기간 7년 이상이라는 조건을 채워야했다.

하지만
정부는 2011년 2월 이후 임대주택 1가구, 임대기간 5년이면 종합부동산세 비과세, 취득세 면제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주택임대사업 등록
기준을 완화했다.

2008년 이후 가라앉은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자산가들이 집을 사들여서 임대사업을 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들이 집 구입에 나서면
거래가 늘어나고 사들인 집을 세 놓으면 전월세 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올 2월 26일 주택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을 내놓았다. 2009년 이후 집을 사는 대신 전세를 택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월세 시장이 과열되자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대책을 만든 것이다.

그간 건강보험료 폭탄 등을 피하기 위해 임대소득을 신고하지 않았던 임대사업자는 세입자의 신고(소득공제)로 세금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여기에 과세 대상이 아니었던 전세도 세금을 내야 하자 조금씩 거래가 늘고 집값이 오르던 시장은 다시 싸늘히 식었다.

상충되는 방안, 되레 시장에 혼란 야기

이후 3월 5일 임대소득 연 2000만원 이하 2주택 보유자 2년간 비과세(2016년부터 분리과세), 필요경비율 60% 상향 조정 등의
보안 조치가 나왔지만 시장은 여전히 냉랭했다.

주택임대사업자에게 혜택을 줘서 주택 거래를 늘이고 전·월세 시장 안정을 꾀하는 것, 널뛰는 주거비용
부담에 힘든 서민들을 위해 임대소득 과세 등 조치로 주거안정을 꾀하는 것. 모두 주택시장에 필요한 방안이다.

하지만 정면으로 상충되는 이런 방안은 주택 수요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정부가 내놓는 정책은 그 내용도 중요하지만 상징성이 더 중요하다.

실제로 큰 혜택을 보지 못해도 ‘정부가 거래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풀려고 하는구나’ ‘정부가 나섰는데 경기가 곧 좋아지겠구나’라는 기대감이 주택
수요자를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관된 태도가 중요하다.

최근 박근혜 정부의 2기 경제팀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등을 내놓자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대기수요가 움직이며 집값이 조금씩
오르는 분위기다. 그간 집을 사지 않고 있던 대기수요가 움직이는 것은 대출이 늘어나서가 아니다. 이들은 집을 살 돈이 부족해서 사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집을 살 적절한 시기를 기다린 것이다.

새 경제팀이 그간 손대지 않았던 대출규제도 풀겠다고 나서자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집을 살 시기가 왔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새 경제팀은 대출 규제 뿐 아니라 청약 제도, 재건축 규제 등을 대폭 손보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들 방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곧 세부적인 내용과 시행 시기 등이 결정된다. 조속한 시행도 중요하지만 일관된 태도와 뚝심 있는 추진력으로 이번에는 주택시장에 제대로
약발이 먹힐 수 있는 방안을 내놓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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