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납량용품들|상쾌한 촉감…여름밤의 죽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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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옛 한국의 여름은 대나무와 완초·모시·삼베가 생활속의 납량용품으로 많이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널리 쓰여온 부채·발이며 돗자리가 모두 대나무나 완초로 만든 것이며, 여름의상은 모시나 삼베였다.
그가운데 대나무로 만든 제품은 종류도 다양하고 쓰임새가 재미있는 것이 많다.
뜨거운 여름날 대나무로 만든 탄력있는 목침은 한낮의 오수를 상쾌하게 해준다. 활짝 열어 젖힌 장지문에 길게 늘여내린 대나무 발은 단순하게 나열된 직선의 성성한 사이사이로 바람을 만들어내는 듯 시원하게 보인다.
행여 피부에 와 닿을까 빳빳하게 풀먹여 다린 모시 삼베 적삼을 다시 한번 피부와 격리시키기 위해 대나무로 만든 등등거리며 등토시를 입었다.
길이 1m가 넘는 기다란 죽부인은 한여름 밤의 꿈을 시원하게 해 주는 것이라고나 할까.
엉성하게 짜진 죽부인을 껴 앉고 자면 피부끼리의 마찰이 없어 땀때문에 생기는 불쾌감을 씻어 준다.
죽부인은 민예품 가운데 이색적인 존재로 요즘 특히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죽장 서한규씨(인간문화재)는 말하고있다.
대나무로 만들어지는 부채는 지금도 여름의 대명사다 .마음대로 실내온도가 조절되는 현대문명의 이기들 때문에 자칫 그 인기를 잃어가고 있던 부채가「에너지 절약이 강조되괴 있는 요즘, 의외의 인기를 얻어 부채업계가 불황속의 호황업종으로 등장하고 있다.
방구부채(원선), 접는부채(습선)로 대별되는 부채의 종류는 우리나라에서만 1백여종. 그 가운데 전주의 합죽선은 접는 부채의 대명사가 되고있고 방구부채로는 조산부채(전북 남원군 남원읍 조산리)가 유명하다.
태극선 파초선 연업선 등은 방구부채의 형태로 구분되는 것들이다.
방구부채 가운데 가로세로 길이가 50cm이상이 되는 투박하고 큼지막한 것은 농민들이 즐겨 썼다.
뙤약볕 아래서 김을 매다가 밭두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커다란 부채로 확 확 강풍을 끼얹는 그 시원함을 농민들은 즐겼던 것이다.
강화의 화문석은 완초제품의 대명사다.
화문석 역시 몇 년 전부터 인기있는 상품으로 등장, 강화기능공들의 일손이 쉬는 날이 없다.
조상들의 지혜가 다시 오늘날에 그 값어치를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시중에서 팔고있는 납량상품의 가격은 화문석 7만윈(길이 1m80cm) 죽부인1만4천∼2만원 ,태극선5백∼1천원, 목침 1천∼3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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