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대표, 오늘 중 거취 결정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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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이 치러진 30일 오전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왼쪽)·안철수 공동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상임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총 15곳의 선거구 가운데 4곳에서만 1위를 차지했다. [뉴시스]

30일 오후 11시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회의실. 박영선 원내대표 주재 아래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 우윤근 정책위의장, 박범계 원내대변인, 유기홍 원내수석대변인이 참석한 긴급 회동이 열렸다. ‘11대 4’라는 야당 패배 성적표가 확정된 직후였다. 30분 가까이 대화를 나누고 나온 박영선 원내대표는 선거 결과 평가를 묻는 기자 의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국회를 나섰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자정이 가까운 시각까지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은 개표 상황실을 공식적으로 꾸리지 않은 채 당대표실에서 주승용 사무총장을 비롯한 몇몇 의원만 자리를 지켰고 침묵만 계속됐다. 개표 상황이 진행되면서 예상보다 득표율이 저조하자 곳곳에서 당료들의 한숨과 탄식소리가 들렸다.

 그간 강경한 목소리를 내온 의원들도 예상치 못한 큰 패배에 말을 아꼈다. 박지원 의원은 선거 결과가 드러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구무언(有口無言)”이라며 ‘잘못이 분명해 변명하거나 해명할 길이 없다’는 뜻의 사자성어를 남겼다. 그는 “결과에 대해 어떤 이유나 의견도 내지 않는 게 맞을 듯하다”며 “오늘은 말을 아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한길·안철수 대표는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조기전당대회가 유력해진 상황이다. 김 대표 비서실장인 박수현 의원은 “김 대표가 무리한 일정으로 링거를 맞고 퇴원해 안정을 취하고 있다”며 “오늘 밤 차분히 시간을 갖고 내일 중으로 이번 선거를 어떻게 잘 정리할지 거취를 포함해 마음의 결정을 하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486세대 우상호 의원은 “지금은 지도부 거취를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면서도 “괴롭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초선 의원은 “지금 결과만 보면 퇴진 요구가 거세지기 전 지도부가 알아서 거취를 결정한다 해도 무리가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며 “당 전체가 신임받지 못한 상황에서 섣불리 악역을 자처하면 마녀사냥의 표적이 될 수 있어 다들 숨죽이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상·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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