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포천시 빌라서 시신 2구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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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포천시의 한 빌라에서 아버지 박모(51)씨와 큰 아들(27)로 보이는 시신 2구가 고무통 안에서 심하게 부패된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시신 발견 당시 집 안에는 8살짜리 작은 아들이 영양실조 상태로 함께 발견됐다. 경찰은 시신 상태 등으로 미뤄 타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이 집에서 함께 살다 사라진 부인 이모(50ㆍ여)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추적 중이다.

30일 포천경찰서에 따르면, 29일 밤 9시 40분쯤 포천시 신북면 중앙로 주택가에 있는 한 빌라에서 119로 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 “윗집 아이가 악을 쓰며 울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119 구조대는 경찰과 함께 출동했지만 아이가 우는 소리만 들릴 뿐 집 문은 잠긴 채 열리지 않았다. 경찰과 119 구조대원은 빌라 바깥에서 사다리를 이용해 3층 집안으로 진입했다. 집 안 전체에서 악취가 진동했고 큰 방에는 TV를 켜놓은 채 8살짜리 남자아이가 울고 있었다. 아이는 영양실조가 의심될 만큼 마른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집 안의 가구와 집기들은 온통 어질러진 상태였다.

작은 방에는 높이 80cm, 지름 84cm의 붉은색 고무통이 뚜껑이 닫힌 채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경찰은 이 안에 남성 시신 2구를 발견했다. 얼굴을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패돼 일부 백골화 상태였다. 고무통 바닥 쪽에 시신 1구가 장판에 덮인 채 있었고, 그 위에 놓인 시신 1구는 목에 스카프가, 얼굴엔 비닐 랩이 감겨 있었다. 시신 부패 상태가 심해 흉기에 찔린 흔적 등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부패 상태로 봤을 때 검시관들이 사망 시점을 최소 2주 이상 전으로 보고 있다”며 “치아 상태와 가족관계등록부 등을 토대로 시신은 아버지 박씨와 아들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타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시신 발견 당시 아버지 박씨의 목에 스카프가, 얼굴엔 비닐 랩이 3차례 정도 감겨 있어서다. 자취를 감춘 부인 이씨가 유력한 용의자다. 이웃들의 진술에 따르면, 이씨는 20일쯤 전에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였다. 평소 무뚝뚝한 성격으로 이웃과 별다른 교류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공장 종업원으로 일하던 이씨는 29일까지 정상 출근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포천서 김재웅 수사과장은 “중간 조사 결과, 남편 박씨는 10년 전 행방 불명된 상태이고, 큰 아들은 이들 부부와 동거하다 지난 4월 출가한 것으로 돼있다”며 “현재로선 시신의 신원과 사망 원인, 용의자에 대한 것도 모두 추정이다”고 말했다. “다만 시신의 상태를 고려했을 때 타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정확한 신원 및 사망 원인 등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검사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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