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조리법 '뒤집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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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요리라는 것도 매일 하게 되면 타성에 젖는다. 뻔한 조리법에 뻔한 음식으론 가족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어렵다.이럴 때 발상의 전환을 해 보면 어떨까. 고정관념에서 과감히 벗어나 실험정신을 발휘해 보자는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망쳐 봤자 어차피 먹을 음식 아닌가.날로만 먹을 줄 알았던 과일은 구워 먹을 수도 있다. 양념으로 쓰던 마늘은 잼이나 크림치즈처럼 빵에 발라 먹어 보자. 또 국이나 나물로 만들어 먹던 봄나물은 빵을 만들 때 허브 대용으로 사용해도 좋다. 조금은 낯설지만 집에서도 손쉽게 할 수 있는'역발상 조리법'을 소개한다.

과일을 익혀 먹으면 영양소가 파괴되고 맛도 이상할 거라는 선입견이 많다. 요리에 활용되는 과일은 껍질 있는 것이 대부분. 이런 과일들은 구워 낸 뒤의 당도가 더 높고 과육도 훨씬 부드러워져 소화 흡수가 빠르다. 그래서 식전이나 식후의 디저트로, 아이들이나 노인들 입맛이 없을 때 내놓기에 적당하다.

구워 먹을 때는 숙성될 대로 숙성되어 물러 터지기 직전인 과일이 이상적이다. 이때 과일의 당도가 가장 높기 때문. 싱싱한 과일은 구웠을 때 오히려 씁쓸한 맛이 난다. 바나나는 겉이 까맣게 변해 반점이 생겨난 상태, 파인애플도 속이 진노란 색으로 변하면서 수분이 많아진 상태일 때 구워야 가장 맛있다. 그러니 사둔 지 오래돼 생으로 먹기 곤란한 과일을 활용하면 좋을 듯.

반면 절대 구워 먹으면 안 될 과일로는 멜론.아보카도.리치.망고가 있다. 구우면 탄내가 스며들어 죽 쑨 것처럼 흐물거리고 맛도 써진다.

과일은 오븐, 석쇠(그릴), 프라이팬 중 어디에 구워야 하나. 어디에 구워도 된다. 중간불에서 단시간에 익혀 내는 것이 좋다. 특히 프라이팬의 경우 연기가 올라올 정도로 달군 다음 과일을 얹어 센 불에서 구울 것. 물도 넣지 말고 아예 마른 팬을 사용해야 한다.

바나나와 가지처럼 껍질이 두꺼운 것을 껍질째 익힐 때는 겉이 까맣게 변하면서 김이 나거나, 하얀 거품이 갈라진 껍질 사이로 새어나오기 시작하면 충분히 익은 것이다. 무작정 센 불에 구우면 너무 빨리 타버려 탄내가 속까지 배어들어 오히려 맛을 버린다. 중간불에서 고루 돌려가며 굽는 게 좋다. 불이 약하면 물이 흘러나와 맛도 모양도 별로다.

또 자극적인 맛과 향의 마늘에도 눈을 돌려 보자. 통마늘에 올리브유와 소금.후춧가루를 뿌려 200℃로 예열된 오븐에 물러질 때까지 구워 낸다. 마늘을 한 쪽씩 뽑아 스프레드처럼 빵에 발라 먹을 수 있다. 여기에 허브를 넣거나 향긋한 봄나물을 약간 섞어도 좋다.

조민정 (레몬트리 기자)

*** 이런 요리 어때요?

(1) 방울 토마토+아스파라거스 구이

재료: 방울 토마토 8개, 아스파라거스 5개, 올리브유 4큰술, 발사믹 식초 3큰술

만들기: 오븐 틀에 방울 토마토, 아스파라거스를 올리고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를 뿌려 180℃에서 20분간 굽는다. 오븐이 없으면 오븐 토스터나 팬을 달군 다음 센 불에서 야채를 얹고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를 뿌린 뒤 뚜껑을 덮어 구울 것.

(2) 통마늘 오븐 구이

재료: 통마늘 4개, 올리브유 5큰술, 말린 로즈메리 약간, 월계수잎 2장,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①통마늘은 겉의 얇은 껍질만 제거하고 윗면을 살짝 잘라 준다. ②오븐팬에 통마늘을 올리고 그 위에 올리브유와 소금.후춧가루를 뿌린 다음 허브를 얹어 200℃로 예열된 오븐에 20분 정도 굽는다. ③올리브유를 살짝 더 끼얹은 뒤 다시 10분 더 구워 낸다. 마늘을 하나씩 뽑아 스프레드처럼 빵에 발라 먹는다.

(3) 바나나 구이

재료: 바나나 3개, 소스(생크림 1/2cc, 계핏가루 1작은술, 설탕 2큰술, 다진 아몬드 2큰술)

만들기: ①바나나를 통째로 석쇠나 오븐(또는 오븐 토스터)에서 겉면이 새까맣게 탈 때까지 고루 굽는다. 생크림은 설탕.계핏가루와 함께 볼에 넣고 고루 휘핑해둔다. ②바나나 껍질 가운데 부분을 반 갈라 벌린 다음 생크림을 얹고 다진 아몬드를 뿌려 낸다.

(4) 가지 구이

재료: 가지 2개, 소스(시판 가다랑어포 소스 50cc, 물엿 4큰술, 맛술 3큰술, 설탕 1큰술, 물 100㎖)

만들기: ①가지를 통째로 석쇠에 얹어 골고루 굽는다. 가지가 타면서 김이 나거나 하얀 거품이 나오면 속까지 익은 것. 불을 끄고 찬물에 담가 식힌 다음 껍질을 벗겨 낸다. ②냄비에 소스 재료를 넣고 한소끔 끓여 식힌다. ③껍질 벗긴 가지를 손으로 먹기 좋게 찢은 다음 오목한 접시에 담고 ②의 소스를 자작하게 부어 먹는다.

(5) 파인애플 구이

재료: 파인애플 1개, 소스(치즈크림 100g, 무가당 떠먹는 요구르트 1컵)

만들기: ①파인애플을 단면이 보이도록 잘라 그릴이나 오븐에서 10분 정도 구워 낸다. 파인애플 통조림은 구웠을 때 달콤한 맛이 덜하다. ②치즈크림을 전자레인지에 넣어 1분간 돌린 다음 요구르트를 섞는다. 이것을 ①의 파인애플 단면에 두껍게 펴 발라 접시에 담아 낸다.

▶마늘치즈구이

재료: 통마늘 4개, 올리브유 5큰술, 앤초비 3장, 파메산치즈 가루 약간, 소스(올리브유 3큰술, 화이트와인 1큰술, 설탕.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①통마늘은 껍질을 벗겨 소스에 2시간 이상 재워 매운맛과 잡내를 없앤다. ②오븐 용기에 ①의 마늘과 올리브유, 앤초비를 넣고 200℃로 예열된 오븐에 30분 정도 굽는다. ③올리브유가 끓어오르고 앤초비가 다 녹아내리면 꺼내 파메산치즈 가루를 뿌리고 빵과 함께 낸다.

▶토마토 버터 구이: 팬에 버터, 와인 식초, 흑설탕을 넣고 녹인 다음 토마토 슬라이스를 얹어 살짝 굽는다. 이를 얇은 빵 반죽 위에 얹고 다음 220℃로 예열한 오븐에 15분 정도 구워 낸다. 여기에 바질잎을 올리고 5분 정도 더 구우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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