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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자기진단-홍강의(서울대병원·시 아동정신과)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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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싸움 잦으면 「히스테리」성 마비증세까지
가정불화 없어야 원만한 이성 관계 등 익혀
11세난 여자아이가 다리 마비증세로 찾아왔다. 이 아이는 처음 소아과를 찾았으나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신경과를 거쳐 결국 소아정신과로 오게 되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5개월 전 심한 운동을 한 후 갑자기 다리가 아파서 걸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환자와 부모를 면접하는 과정에서 발병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아이는 부모의 잦은 싸움과 이로 인한 이성 문제의 갈등, 부모의 싸우는 원인이 자신에게 있지나 않나 하는 불안 때문에「히스네리」성 마비를 일으켰던 것이다. 결국 부모도 아이를 위해 화목을 되찾았고 입원, 심리치료를 받은 어린이도 다리의 건강을 되찾아 퇴원했다.
이런 경우는「해피·엔딩」의 결과지만 싸움이 잦은 부모 밑에서 자라는 어린이 중에는 외형적으로 어떤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성격만이 왜곡될 뿐 아니라 성인이 되어 「노이로제」가 될 수 있는 소지만 키우는 아이들도 많다.
아이들은 5세를 넘으면서 사춘기에 이르는 사이 부모들 중의 다른 쪽 성을 더 사랑하는 「오이디푸스·콤플렉스」를 어느 정도씩은 보이게 된다.
이때 부부사이가 원만한 집안에서 자란 아이는 아빠나 엄마에 대한 이성으로서의 사랑을 일찍이 포기하고 다른 쪽 주위에서 사랑의 대상을 찾게 된다. 그러나 부부사이에 싸움이 잦으면 어린이는 부모 중에 다른 쪽 성을 계속 사랑할 수 있다고 믿게 되며 이것이 마음의 비밀이 되어 부담감을 준다.
일단 마음속에 비밀이 생기면 부모의 싸우는 원인이 자신 때문이라는 불안감을 갖게되고 이런 불안이 심해지면 앞에든 예와 같이「히스테리」성 마비증세까지 보일 수도 있게 된다.
예전같이 대가족제도 아래서는 부모의 역할이 할머니·할아버지·삼촌 등 여러 사람에 의해 분산됐으나 핵가족이 된 후로는 부모의 위치와 정서적 의미가 바로 어린이에게 투영되게끔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불화는 자녀를 갖느냐 안 갖느냐의 문제에서 어떻게 키우는가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심한 부화 중에 임신한 자녀는 흔히 임신·출산시 더 많은 의학적 문제를 가질 뿐 아니라 태어나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애정의 결핍을 경험할 가능성이 많다. 반대로 오랫동안 불화에 지친 어머니는 태어난 아이에 대해 과잉보호를 할 우려가 있다.
가정불화가 결정적인 정서문제를 일으킬 때는 자녀들의 나이가 5세 이상이 됐을 때로 이시기에 아이들은 부모의 결혼생활을 관찰, 남녀관계나 성의 구분과 역할을 배우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부의 원만한 관계는 아이들이 남녀관계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하고 장차 닥칠 결혼생활의 모범이 된다. 그러나 잦은 싸움과 신경질은 아이들에게. 남녀관계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부정적인 태도나 공포를 갖게 한다.
부모의 잦은 화풀이는 아이에게 불안증이나 심인성 눈깜짝이·기침 등을 갖게 하고 악몽이 많다거나 귀신을 무서워하는 성격으로 만든다.
이러한 어린이의 치료는 환자 1명만을 가지고는 되지 않는다. 환자의 병인이 되는 모든 것을 제거하기 위해 부부관계 등 가족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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