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미트훈풍" 동서긴장 녹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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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0일부터 시작되는 「헬무르· 슈미트」 서독수상의 「모스크바」방문은 소련군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후 서방측 수뇌로서 첫 번째 방소이자「브레즈네프」와의 회담을 통해 긴장돼 온 동서관계의 화해를 시도할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서독의 외교소식통들은「슈미트」수상의 소련방문은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방문 그 자체가 상징적으로 중요한 뜻을 지닌다는 견해다.
그리고 방문 그 자체를 동서간 화해의 전기로 평가하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우선 우여곡절이나마 서방측의 지도자가「모스크바」를 방문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높게 평가해야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에는 당초 지난1월로 예정되었던 「슈미트」수상의 방소「스케줄」이 소련군의「아프가니스탄」 침공 후 소련에 의해 취소돼 그동안 동서간 대화의 단절 우려마저 있었으나 뒤늦게나마 방문이 실현되었다는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슈미트」 수상이 미국이 불안하게 지켜보는 가운데「모스크바」를 방문하는 것도 미-「유럽」관계의 측면에서 볼 때 중요한 문제다.
소련군이「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지난 연말이후 미국의 대소응징정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슈미트」 수상이 대소강경책을 내세우는 미국의 의사와는 달리 화해를 시도하려 소련을 방문한다는 것인 만큼 미국으로선 불만이 없을 수 없다. 「슈미트」수상의 「모스크바」 구상을 점치면 사민당 정권이래 추진돼온 동서대화정책을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의 입장을 대변해 「아프가니스탄」주둔 소련군의 전면철수를 「강력하게」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슈미트」 서독수상이 소련지도자들을 만난다고 해서 당장 동서 긴장이 풀릴 해결책이 나오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정책전환을 유도할 만큼 구체적인 결과를 기대한다는 것보다 서구지도자의 소련방문, 또는 그들간의 대화 그 자체에서 의의를 찾아야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다만 독·소간의 경제협력이라든가 무역문제 등 쌍무적인 문제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도 대소제재를 요구하는 미국의 눈치를 살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제약이 따를 것 같다.
동서관계의 핵심문제인「아프가니스탄」 주둔 소련군의 철수문제도 한계가 명백하다. 「베네치아」 서방7개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방측에 주둔병역의 부분철수를 통고한 소련으로선 여건조성이 되어있지 못해 전면철수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슈미트」수상의 「모스크바」방문은 따라서 구체적이며 실효성 있는 결과를 기대하기보다는 동서간의 대화, 또는 대화를 통한 화해모색의 기회를 가졌다는데 의의를 둘 수밖에 없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본=이근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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