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 총책은 불구속, 생수 전달자는 구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지난 28일 자수해 검찰 조사를 받고 밤늦게 귀가했던 유병언 회장 도피 조력자 김명숙(일명 김엄마)씨가 29일 오전 추가 조사를 받기 위해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인천지방검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유병언 회장의 도피 핵심 조력자들이 속속 검찰에 자수하고 있다. 지난 25일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이 도피 조력자들에 대해 ‘자수하면 선처하겠다’는 회유책을 내놓은 것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조력자들이 구속 수사를 받는 것과 비교할 때 형평성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지난 28일 자수한 김명숙(59·일명 김엄마)씨와 유 회장의 운전기사 양회정(55)씨의 부인 유모(52)씨를 밤 11시쯤 귀가시켰다. 김씨는 유 회장의 도피를 총괄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핵심인물이지만 ‘불구속 수사’ 약속을 지킨 것이다. 이들이 무사히 귀가한 것을 본 양씨도 29일 자수했다. 양씨 또한 유 회장을 최측근에서 수행하며 수사팀을 여러 차례 혼선에 빠뜨렸다.

 앞서 검찰은 유 회장과 대균씨 부자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지난 21일까지 도피조력자 46명을 검거해 13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유 회장의 은신처를 마련해 주거나 차량 번호판 변경을 위한 도구를 준비한 혐의, 은신처를 수리하고 생수·말린 과일 등을 제공한 혐의, 수사 내용을 알려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대부분 단순 가담자에 불과하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기법상 필요한 조치이고 유 회장이 숨졌기 때문에 처벌가치가 떨어진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도피범죄의 주동자들을 단순가담자들보다 가볍게 처리하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어떤 처벌을 받을지도 관심이다. 형법 제151조는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자를 숨겨주거나 도피하게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특별한 정황이 없으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게 일반적이다. 검찰은 유 회장이 사망했다고 해도 이들을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미 유 회장을 도피시킨 행위만으로도 사법질서를 어지럽힌 점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 회장이 유죄판결을 받기 전에 숨진 만큼 ‘범인’으로 볼 수 없고, 조력자들을 처벌하기도 어렵다”는 반론이 나온다.

박민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