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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도 위주서 벗어나려 노력|「중앙미전」초대작가 추천은 이렇게 했다…김윤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70년대 후반부터 『중앙미술대전』을 위시한 몇개의 민전이 등장하면서 우리 화단은 새로운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이에 자극받아 국전의 이관이 단행되었지만 정작 기대되던 개혁은 이루어지지 않아 민전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그 역할과 비중도 해마다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관전대 민전의 관계를 넘어 낡은 제도와 새로운 제도, 보수와 진보, 과거집착과 미래지향이라는 대립을 보이면서 우리 화단의 구조를 서서히 개편해가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이렇게 볼때 중앙미전의 초대작가전은 우리화단의 한해의 성과를 결산하는 것이 될뿐더러 중앙미술대전의 성격을 형성하는 중요한 일부가 된다.
어떻든 이번 초대작가추천에 있어서도 추천을 맡은 사람들은 가능한한 이 취지를 살리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작품위주의 추천이 현실적으로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으며 그때문에 지난 2회까지만해도 작가위주로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작가 위주로 추천하다보니까 일정한 업적을 평가받은 저명작가에게 기울어지게 되고, 그들은 대개 어느 전람회건 늘 초대되는 이른바 「초대작가꾼」으로서 여기서도 추천되는 결과가 되었다. 따라서 지명도위주의 반복과 중복을 피하면서 초대전의 의의를 살리기위해 몇가지 원칙을 정해야했다. 첫째 중견작가의 통상적인 기준인 40세를 하한선으로하되 다시 60세를 상한선으로 두기로한다.
그 이유는 60세 이상은 대개 원로작가로서 이미 초대된바 있었고 다른 곳에서도 언제나 초대받기 때문이다. 둘째 이범위에 드는 저명작가라 하더라도 당년에 특별히 두드러진 활동이나 작품이 없었던 사람은 제외하기로 한다. 세째 재야작가중에서 의욕적인 활동을 한 사람, 지방작가 중에서 특히 우수하다고 평가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기로 한다.
네째 지난 1년간 활발한 작품발표를 하고 그 작품이 높이 평가받은 사람을 우선적으로 추천한다. 다섯째 지난 2회에 걸쳐 초대되었으나 출품하지 않았던 사람은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여 제외한다.
마지막으로 이 초대전의 성격과 의의를 높이기 위해 약간의 예외를 둘수 있다.
그리고 초대된 작가들의 작품은 가능한한 신작으로 한다는것등이었다.
그 결과 3년 연속 초대된 작가가 각 부문에서 6명, 2년 연속초대된 작가는 겨우 한두명에 불과했다. 반면 새로운 얼굴이 대거 초대되었는데 그중에는 이제 갓40세가 된 역량있는 작가들이 여러명 있는가하면 지방의 우수한 작가들도 있고, 또 무엇보다도 의욕적으로 탐구하는 문제작가도 몇명들어있다. 이들을 놓고 권위의식이나 상투적인 관념의 눈으로 본다면 매우 미흡하고 불만스러울지 모른다.
그리고 이번의 초대전이 과연 이 해의 최고수준의 작품전이 될 수 있을지, 어떨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추천을 맡은 사람들은 최선을 다했고 과감한 개혁을 꾀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이 중앙미술대전의 성격과 방향을 한층 뚜렷이 하는데 기여함은 물론 우리화단풍토를 개선해가는데 일조가 될것으로 믿는다. (미술평론가·중앙미전추천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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