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줄 세우지마" 갈등 깊어지는 '심평원-심장학회'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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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과 대한심장학회(이하 심장학회)의 갈등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의료계의 반발 속에서 심평원이 '허혈성심질환‘ 통합평가를 강행하려고 하자, 심장학회는 ’병원 줄 세우기‘ 평가라며 반기를 들고 나섰다.

대한심장학회는 28일 “심평원 병원 줄 세우기, 과연 국민건강을 위한 사업인가‘라는 반박 보도자료를 통해 심평원의 적정성 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심장학회는 “지난 5년간 심평원의 급성심근경색증평가에 적극 협조했으나, 최근 심평원은 전문가 집단인 심장학회와 상의되지 않은 허혈성심질환(협심증) 통합평가를 강행하고 의료기관에 대해 자료 제출을 강요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심평원의 적정성 평가는 ‘국민에게 필요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진료의 질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전에 적절한 목표(달성 기준)을 설정하고 수행과정을 객관적으로 평가 한후 신뢰성 있는 결과를 임상현장에 피드백해 임상현장의 자발적인 동기부여를 유지토록 한다.

하지만 심장학회는 “심평원이 과거 5년 동안 실시한 급성심근경색증 가감지급 사업과 2014년 이후 시행 예정인 심근경색증을 포함한 ‘허혈성심질환 통합 평가’로의 확대 과정은 진료현장을 왜곡할 뿐더러 병원 줄 세우기식 흥미 위주의 평가로 진료의 질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잘못된 정보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심장학회는 자료를 통해 그동안의 심평원 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학회의 입장을 제시했다. 다음은 문답으로 정리한 학회측 입장.

▶지난 5년간 심평원의 급성심근경색증 가감지급 평가가 어땠나?
-2012년 결과 상급종합병원 종합점수는 평균 99.2, 표준편차1.6이었다. 1등급이 18개 3차병원(7개 종합병원)이었고 그 이하 등급은 몇 점 차이로 한 등급씩 떨어졌다(상대평가). 변별력이 없는 평가임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역시 상급종합병원 종합점수는 평균 99.6, 표준편차 1.5이고, 1등급이 35개 3차병원(26개 종합병원)이었다. 심평원에서는 절대평가라고 주장하나 1등급 기관 숫자만 늘어난 상대평가였다.
이는 미국에서 심장센터 인증 달성기준으로 사용하는 85점과 비교해도 무한경쟁에 의한 기관 줄 세우기라는 비판을 초래한다. 같은 기간에 평가받은 급성기뇌졸중 평가결과는 95점 이상 1 등급이었다. 45개 3차병원(46개 종합병원)이 1등급을 받은 점을 보면 1등급 기준이 심평원의 자의적, 즉흥적 판단에 따라 결정돼 기관 줄 세우기로 변질됐다. 질 평가의 원칙에 해당하는 학문적 근거와 정책적 합의에 의한 달성기준을 사전에 설정하지 않는 오류를 범했음을 알 수 있다.

심평원 평가 이후 급성심근경색증 치료 성적이 좋아졌나?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치료 방법 개발과 임상 적용으로 심뇌혈관 질환 사망률은 호전돼가는 추세다. 국내 심뇌혈관 질환 사망률 추이도 이에 따른 감소추세다. 심평원의 보도자료에서 주장하는 평가 사업의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일선 병원의 노력으로 평가 점수의 개선 및 상향평준화 된 것을 또 다른 심평원 평가위원은 평가사업의 결과로 주장한다. 하지만 급성심근경색증 평가 후 사망률이 얼마 줄었고, 치료비 총액이 얼마 줄었다는 심평원측 주장은 저수가의 열악한 진료 현장에서 불철주야 노력하는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노력을 심평원의 업적으로 호도하는 행위이다.
(미국 등의 사례를 보면 급성심근경색증(AMI) 등의 급성기 질환에서 가감지급으로 인하여 사망률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보고가 이미 있음. N Engl J Med 2012;366:1606-15)

▶학회가 심평원과의 약속을 깨고 허혈성심질환 평가를 거부했나?
-아니다. 이전 집행부에서부터 심평원 자문회의에 나간 학회 위원들이 회의 내용에서 합의한 사실과 사후 발표내용이 다르다고 해서 위원직을 사퇴했고, 2013년 4월과 7월 2차례 간담회에서도 학회는 선보완 없는 일방적 평가 확대에 반대를 표명했다. 간담회에서 회의 과정을 서로 녹음해 녹취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학회측이 갑자기 합의를 깼다고 하는 심평원의 주장은 공공기관으로서 도저히 해서는 안 되는 언행(거짓말)이다.

▶심평원은 학회와 신뢰를 회복하고 싶다는데.
- 올 6월, 7월 두 차례 학회 심평원 간담회가 있었는데 갑자기 학회에 사전 통보 없이 7월 23일 중앙평가위원회 (심평원측 16명 위원, 의약계 6명 위원) 회의에 본 안건을 기습 상정해 평가의 일방적 강행을 선언했다. "일단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기관은 5등급 처리 된다." “이는 곧 시험보기 싫다고 거부하는 학생의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는 심평원의 주장은 진료현장을 지키는 의료인을 국민건강의 중추적 집단으로 인정하지 않고 관료집단의 하부조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며 대화 파트너로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다. 또한 중평위에서 A평가위원이 "자료미제출 5등급, 제출하면 결과에 따라 1-4등급 부여"라고 발언한 것을 보면 심평원은 아직도 상대평가로 기관 줄 세우기를 하겠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심평원의 평가는 누구를 위한 평가인가?
-심평원의 급성심근경색증 평가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병원이 국제적인 수준의 치료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평원의 비합리적인 결과 분석과 기관 줄 세우기식 발표로 지난 5년간 환자가 다니는 병원 혹은 거주지 주변의 병원이 등급이 낮게 발표됐다. 환자에게 불안감을 조장하고 의료기관의 신뢰감을 저하시켜 국민들의 알 권리를 방해했다. 즉 이 평가는 질 개선 사업의 원칙에서 어긋나며, 심평원 업적만을 위한 평가이므로 의료기관이나 환자 및 국민을 위한 평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허혈성심질환(협심증) 통합평가 강행을 반대하는 이유는?
-새로이 도입되는 경피적 심장동맥중재시술(PCI) 평가는 대상 환자의 3분의 1 정도가 급성심근경색 평가와 중복된다. 심근경색증 평가와 유사하게 높은 점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 또 다시 줄 세우기 평가를 위해 왜곡된 방향으로 진행될 것을 우려해 학회에서는 경피적심장동맥중재술 예비 평가를 통한 검증 후에 단계적으로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사전에 적절한 달성 기준을 설정해 참여 기관의 동기부여를 유도할 것을 강조했다.

▶학회의 대응 방안은?
심장학회는 무려 5년 동안 기존 '급성심근경색증(AMI) 가감지급' 평가 사업에 대가없이 적극 협조했다. 하지만 허혈성심질환 전체 평가로 확대하는 심평원의 계획을 앞두고 국민건강의 틀에서 객관적 검증을 받은 후에 재출발하도록 제안했다. 선보완 후 전면 시행의 원칙에서다.
질 평가의 목적이 소비자(서비스구입자)의 병원 선택이라면, 엄격한 합리성과 신뢰성이 더욱 요구된다. 데이터 수집부터 분석까지의 모든 과정이 표준화·객관화 돼야 하고, 사전에 의학적 근거에 의한 평가기준의 설정과 정책적 합의에 의한 자발적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
학회는 부적절한 평가 사업으로 인해 초래될 진료일선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민 건강을 위해 바람직한 평가 사업이 정착되도록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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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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