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조대현 KBS 사장이 가야 할 '공영의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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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조대현 신임 KBS 사장이 어제 취임했다. 취임 일성은 이랬다. “KBS가 왜 필요한지 시청자들이 느끼도록 만들겠다.” 조 사장은 적자 해소와 공정성 시비 탈피, 조직문화 회복, 프로그램 혁신, 공영방송 역할 회복 등 5가지 경영비전도 제시했다. 지난 5월 길환영 전 사장이 세월호 참사 보도를 둘러싼 청와대 외압 구설수에 휘말려 중도 하차한 뒤 KBS의 앞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신임 사장이 진정으로 공영다운 공영방송을 원한다면 적어도 두 가지 과제는 확실히 해결해야 한다. 하나는 국내 최대 방송사에 걸맞은 저널리즘의 틀을 확립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민영방송과 다른 공영방송의 경영 기조를 세우는 일이다.

 KBS는 세월호 참사 보도 과정에서 재난 주관 방송사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사장·보도국장이 물러나는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기까지 했다. 이후 문창극 총리 후보자에 대한 보도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외면했다는 비난에 휘말렸다. 당시 각계 인사 400여 명은 성명에서 “KBS가 교회 강연의 일부만 인용해 (문 후보자를) 친일·반민족으로 몰아간 것은 언론의 본분을 망각한 너무나 중대한 잘못”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럼에도 KBS 내부에서는 별다른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조 사장은 이런 문제점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조 사장은 “경영수지를 개선하고 차별화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KBS는 지금까지 공영과 민영 사이를 오가며 어정쩡한 경영 노선을 보여왔다. 민영과 비슷한 포맷의 오락 프로그램을 양산하고 상업 광고를 하면서도 수신료는 그대로 받아왔다. KBS는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위해 지금의 수신료가 너무 낮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하지만 민영방송의 요소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수신료만 올려달라고 하니까 설득력을 얻지 못한 것이다. 조 사장은 KBS가 명실상부하게 ‘공영의 길’을 걷도록 분명한 입장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