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신동이 정신이상자로|이웃 살해했으나 문죄 않기로|21살의 대학원생이 낯모르는 사람 찔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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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어릴때「신동」이라고 불리던 한 대학원생이 정신이장 상태에서 살인을 저질러 1, 2심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이 이를 깨 가까스로 불행을 면하게 되었다.
대법원 형사부는 4일 강필수 피고인(21·모대학 대학원 경제학과·서울면목5동153의23)에 대한 살인사건 상고심선고공판에서 징역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강피고인은 3살때 국·한문을 깨우치고 7살 때 영어도 줄줄 읽어 당시 「매스컴」이 떠들썩했던 「천재소년」이었다. 국민학교 과정을 3년만에 끝내고 14살때 대학입학 검정고시에 합격, 16살때 경희대 경제학과에 들어가는등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이었다.
그러나 강군은 대학에 입학하던 해인 74년부터 갑자기 정신이상 증세가 생겨 툭하면 머리를 벽에 부딪거나 무엇엔가 쫓기듯 몸부림치기 일쑤였으며 몇번 자살하려고 했었다.
그러던중 지난해 7월2일 하오9시20분쯤 이웃인 서울면목6동17의34 이진태씨(52)집으로 무작정 들어가 생면부지인 이씨를 칼로 찔러 숨지게 했다.
강군은 경찰에 붙잡혀온 뒤에도 『이씨가 자신을 영적으로 괴롭혀 온 사람이며 자꾸만 나쁜 일을 시킨다』고 했다.
국립정신병원 감정결과 강군은 편집형(편집형) 정신분열증환자로 판명됐으나 법은 냉담했다.
1심인 서울성북지원은 강군이 정신이상으로 치료를 받아왔고 범행 당시에도 사물판별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했으나 징역7년의 실형을 선고했고, 서울고법은 강군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편집형 정신분열증환자는 자신의 행동을 알 때도 있고 모를 때도 있으나 사물에 대한 판단력이 없는 것이 이병의 특징이고 자신의 의사결정을 하거나 의지를 제어할 능력이 없는 것이므로 심신상실상태에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원심을 깬 이유를 들었다. 대법원은 또 『강피고인이 피해자와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여서 피고인이 살인을 저지를 아무런 동기나 이유가 없다는 점을 참작하며 피고인은 정신병으로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심신상실상태에서 범행했다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홍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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