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립공원 된 후 훼손 더 심해진|한라산의 보호대책 없나 &백록담 출입금지·입산제한 등 단속할 사람 없어|윗세오름·영실 계곡을 민간인에 휴게실 허가|철쭉 철 주말엔 1만 인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라산의 자연훼손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더우기 요즘같이 철쭉꽃이 만발해 선계를 어루는 한라에는 수많은 등산객이 몰리면서 나무가지가 찢기고 희귀식물이 짓밟히는 등 온 산이 수난을 겪고있습니다. 최근 몇 년 새 한라산을 오르는 등산객이 급격히 늘고있으니 당국에서도 비상대책을 마련해야겠습니다. 산이 겪고있는 수난, 이에 대한 당국의 대책을 밝혀주십시오. <김세규(41·제주시 1도동)>
한라산은 요즘 해발1천3백m이서 1천9백50m. 남한 최고봉인 백록담에 이르기까지 넓은 등성이와 계곡에 피어난 진달래와 철쭉으로 선계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신비의 아름다운 자태 때문에 등성이가 벗겨지고 살이 찢기는가 하면 세계적 희귀식물들이 사람의 발길에 짓밟혀 수난을 겪고있다.
한라산의 철쭉은 5월 들어 화선이 정상을 향해 치달아 오르기 시작한다. 5월20일께면 정상에서도 꽃봉오리를 터뜨리기 시작해6월20일게 까지는 백록담을 중심으로 화려한 꽂들로 장관을 이두고 주말이면 등산로 입구에서 정상까지 5∼6㎞에는 1만여명의 인파로 붐 빈다. 이 같은 인파는 등산로를 벗어나 아무데나 마구 짓밟으며 등·하산하기 때문에 등산길주변은 해마다 파괴가 거듭되고 있다.
구상나무 눈향나무, 제주특산인 한라개숭마 제주마야체 섬쥐손이들쭉나무 설앵초 주목 시러미 백리향 등 희귀한 고산식물이 꺾이고 밟히는 수난을 견디다 못해 거의 멸종되다시피 해 보호대책이 시급해졌다.
이러한 사람들의 무질서한 침입으로 등산로를 따라 흙이 되고 나무뿌리가 드러났다 쓰러지며 새로운 개울이 생기고있다.
등산객이 버린 오물로 왕파리 떼가 들끓어 산 속에서도 도시락 두껑을 못 열게 하고 있다.
한라산등산객은 급격히 늘어나 74년에 1만4천5백명(입장료 낸 사람만)이던 것이 지난해에는9만2천명으로 5년 사이 6백35%나 늘었다.
이것도 실제로는 더 많아 등산객은 12만명이 훨씬 넘을 것이란 당국의 추산이다.
이 등산 인원의 약 50%는 철쭉이 피어 나는 5∼6월 한달 사이에 집중되기 때문에 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은 70년3월24일 건설부고시28호. 면적은 4천5백98만평(1백52평방㎞). 이보다 앞서 68년에는 천연기념물 182호로 지정해 절대보호 하도록 규정했었다.
그러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산의 훼손은 가속화됐다.
74년엔 국립공원 이용계획으로 가장 아름다운 곳인 윗세오름(해발1천4백m)에 대피소를 세우는가하면 이산의 명물로 꼽히는 영실계곡에 장사속만 차릴 민간인에게 휴계시설을 하도록 했고 영실∼정상(5.1㎞), 어승생∼정상(6.1㎞), 판음사∼정상(0.3㎞), 성판악∼정상(9.6㎞), 돈네코∼정상(10㎞)등 5개의 등산로에 돌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이 시설이 바로 한라산파괴의 요인이 된 것이다.
또 한라산의 철쭉은 66년부터 제주산악회가 5월20일을 전후로 백록담에서 철쭉제를 열면서 전국에 널리 알려지고 인파 또한 전국에서 몰려왔다.
이같이 철쭉제때만 되면 엄청난 사람들이 몰리고 그 때문에 사고위험이 따르고 자연파괴가 심해져갔다. 이에 급해진 산악회는 75년부터 공개행사를 중단하고 산악인만 날을 택해 새벽에 산악제를 지내고 있다.
제주도도 지난해부터는 백록담분화구 능선에서 사태가 나 허물어지기 시작하자 백록담 안 출입을 금지시키고 있다.
한라산의 훼손에는 당국에도 그 책임이 크다. 도 당국은 한라산의 자연보호가 시급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뚜렷한 대책 없이 입장료수입에만 정신이 팔려왔다.
올해 제주도가 보호대책으로 세운 계획도 ▲백록담 안 출입금지 ▲등·하산로 이외의 등·하산단속 ▲기동순찰 ▲학생 5백명 이상의 단체등산금지 ▲취사도구 등 철제도구 휴대금지 ▲적설기 등산허가제 등이나 이 마저 인력부족 등으로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문화재 및 자연보호관계자들은 1일 등산인구의 제한·등산「코스」의 윤년제(윤년제=해마다 일정「코스」로 바꾸는 것)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것도 당국은『모처럼 이곳까지 온 등산객에게 출입을 못하도록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시행을 못하고있다.
한라산보호를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아쉽기만 하다. 등산객들 또한 깊이 자각할 때다. <제주=신상범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