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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아베 사이에 마스조에라는 대화 채널 구축한 건 성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85호 10면

“이제 청와대를 나가면 일본 기자들과 만나게 되는데, 혹시 얘기하지 말아야 할 내용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마스조에)

박근혜 대통령, 마스조에 도쿄도지사 접견 의미는

 “없습니다.”(청와대 측)

 2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메시지를 들고 박근혜 대통령을 접견한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사진) 도쿄도지사는 접견 직후 청와대 관계자와 이런 대화를 나눴다.

 청와대 측은 “접견에서 (한·일 정상회담 논의 같은) 특별히 언급을 피할 만한 얘기는 전혀 없었기에 전부 얘기해도 된다고 답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마스조에 지사가 들고 온 아베 총리의 메시지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 하나뿐이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국내에서 일본 정치인을 만난 건 1년5개월 만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아베 총리가 과거사 문제 등에서 태도를 바꾸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접견이 정부의 대일 외교 기조의 변화로 비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청와대 관계자는 “마스조에 지사는 도지사 명패에 한글이름을 병기할 만큼 친한파로서 18년 만에 방한한 점 때문에 박 대통령이 접견한 것”이라며 “의제도 일본 내 혐한시위 중단과 도쿄의 우리 교민들이 추진 중인 제2한국학교 설립 지원, 단 두가지뿐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교가에선 박 대통령이 오랜만에 아베 총리와 가까운 일본 정치인을 만났다는 점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 현재 외교부 국장급 대화 외에는 전무하다시피 한 양국 외교 관계가 장·차관급 회담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1930년 후쿠오카 시의원에 출마한 마스조에의 아버지 야지로의 한글 이름이 병기된 홍보전단.

 특히 마스조에는 24일 정의화 국회의장을 접견하면서 “아베 총리와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각별한 사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방한 일주일을 앞두고 아베 총리를 만나 박 대통령 접견에서 얘기할 내용을 자세히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귀국하는 대로 아베 총리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을 만나 접견 내용을 설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번 접견에서 정상회담 논의가 없었다고 해도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에 마스조에라는 대화채널이 구축된 점은 성과로 볼 수 있다고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은 분석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마스조에 접견은 일본 정부가 미국 등 국제사회에 ‘한국과의 대화를 원한다’고 꾸준히 홍보해 왔고, 아베 총리는 물론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 등 자민당 원로들이 잇따라 한국 언론인들을 만나며 러브콜을 던지는 데 대응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일본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가시적인 조치를 하지 않는 한 이번 접견이 정상회담으로 직접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한편 마스조에는 정 의장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1930년 5월 규슈 후쿠오카현 와카마쓰시 시의원으로 출마했던 부친 야지로(彌次郎)가 홍보전단에 한글이름을 병기하고, 당시 후쿠오카에 거주한 한국인들의 인권 개선을 공약으로 제시했다”고 설명하고 부친의 홍보전단 사진을 보여 주며 대를 이은 한국과의 친분을 강조했다고 의장실 관계자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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