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 ‘로렌 미만형’ 위암 걸리면 전이 빠르고 생존율 낮아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위암 투병 중이던 가수 겸 배우 유채영(본명 김수진) 씨가 24일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삶을 마감했다. 1973년생으로 41세의 젊은 나이였다. 1989년 혼성그룹 ‘푼수들’로 가요계에 데뷔한 유 씨는 1994년 그룹 ‘쿨’ 멤버로 대중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영화 ‘색즉시공’‘누가 그녀와 잤을까’ 등 연기자로도 인기를 얻었다.

키 162㎝, 체중 40㎏으로 마른 몸매였던 그는 지난해 10월 몸에 이상을 느껴 건강검진을 받던 중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곧바로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으나 암세포가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돼 병세가 호전되지 않았다.

2009년 9월 역시 위암으로 숨진 고(故) 장진영(영화배우) 씨도 당시 37세로 한창 젊은 나이였다. 영화 ‘국화꽃 향기’‘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청연’‘싱글즈’‘소름’ 등에 출연했던 그는 숨지기 1년 전 위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암 통보를 믿기 힘들었던 그는 재검진을 위해 서울의 종합병원 여러 곳을 방문했으나 진단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위암 3기 환자의 생존율은 40% 정도지만 최근엔 5년 이상 건강하게 사는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예에서 보듯이 젊은 여성은 위암에 취약하다.

고려대 안암병원 외과 박성수 교수팀이 이 병원에서 1993~2000년에 치료받은 위암 환자 1299명을 역 추적한 결과, 젊은 여성 위암환자의 93.3%가 다른 조직으로 빠르게 전이되고 항암치료도 힘든 로렌 미만형 위암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위암은 로렌 미만형과 로렌 장형으로 나눌 수 있다”며 “젊은 여성과는 달리 젊은 남성과 나이 든 남녀 위암 환자는 미만형과 장형의 비율이 반반 정도”라고 설명했다. 로렌은 위암을 두 유형으로 분류한 학자 이름이며 일반적으로 미만형이 장형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는 “젊은 여성의 위암이 더 위험한 것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의 분비가 가장 활발한 시기이기 때문”이며 “젊은 여성의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활발한 것이 로렌 미만형 위암 비율이 유독 높은 이유”라고 풀이했다.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은 젊은 여성일수록 위암의 전이가 빠르고, 생존율 역시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

40세 이하의 젊은 여성 위암 환자의 생존율은 51.9%로, 40세 이상 나이 든 여성 환자의 생존율(56.2%)보다 낮았다. 젊은 남성 환자 생존율(62.5%)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벌어진다.

지난해 2월 위암으로 숨진 그룹 ‘울랄라세션’의 리더 임윤택 씨는 당시 32세였다. 위암을 앓는 도중 94년 10월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 참가해 레슬링 100㎏급에서 금메달을 딴 고 송성일 선수는 이듬해 1월, 26세에 생을 마감했다. ‘젊은 남성’이 위암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말이 돈 것은 그래서다.

그러나 실제론 위암 환자의 생존율은 같은 병기(病期)일 경우 젊은 남성이 최고, 젊은 여성이 최저다.

젊은 여성 환자의 위암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선 조기 진단이 필수다. 소화불량·체중감소·속쓰림 등 위암의 대표적인 증상이 있으면 나이에 상관없이 위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박 교수는 “여성이 30세가 되면 증상이 없어도 위 내시경 검사를 받고 35세 때 한 번 더 받을 것을 권하고 싶다”며 “40세 이후엔 2년마다 받는 것이 기본”이라고 소개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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