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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살찌우는 "즐거운 점심시간"|전북정읍 정남국민교|자활급식 터전 굳혀|학교와 학부모가 한마음으로|닭·돼지기르고 채소등 가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먹이는 급식』에서 『즐겨먹는 급식』으로-.
전북정읍군정우면 정남국교(교장김영석) 12학급 4백17명의 어린이들은 점심시간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농촌형 급식 시범학교인 이 학교에서 주는 점심이 더없이 푸짐하고 맛있기 때문이다.

<설겆이는 스스로>
상오 4시간의 수업을마친 어린이들은 낮12시40분이면 교실청소와 배식대준비·손씻기등의 점심식사준비로 10분동안 부산하다.
음악이 흐르는 아늑한 분위기속에 책상을 정리해 만든 배식대를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앉아 점심을 기다린다.
위생복에 위생모를 쓴4명의 급식당번 어린이가 조리실에서 주·부식을 가져오면 줄을 지어 배식을 받는다.
먹기전에 『즐거운 학교급식의 노래』를 다함께 부르고 「스피커」에서 울려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감사하는 마음·즐거운 마음으로 점심을 먹는다.
식사가 끝나면 남은 찬과 식기류를 종류별로 모은뒤 깨끗이 씻어 정돈하고 오후 수업을 기다린다.
급식은 매주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주5일뿐.
그래서 이학교 어린이들은 일반 사회인들이 기다리는 토요일이 오면 오히려 아쉬워하기까지 한다.
토실토실한 얼굴에 홍조를 띤 최미란양(12·6년1반)은 『집에서 먹기어려운 빵과 달걀·고깃국이 제일 맛있다』고했다.
최낙수군(11·5년1반)·최영수군(7·2년1반)등은 집이 이웃학구로 옮겨졌는데도 부모들을 졸라 주민등록을 옮기지 않은채 정남국교의 학교급식을 즐겨 먹고있다.
이학교의 급식은 재학생뿐만아니라 졸업생들에게도 미련을 갖게한다. 졸업생들이 이따금 나타나 급식을 계속 받게해달라고 조를 정도.

<철따라 메뉴달라>
이같이 정남국교의 급식이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어 『즐겨먹는 급식』으로 발전한것은 영양중심의 식단에다 철따라 과일과 야채등으로 입맛을 돋워주기 때문이다.
기본 식단구성은 월요일에 밥과 고깃국, 화·목요일엔 빵과 된장국, 수요일에 빵과우유, 마지막 금요일엔 국수에 멸치국물-.
이들 기본식단도 때로는 자장·「커리라이스」·「오뎅」국·두부국등으로 바꿔지고 철따라 달걀·사과·두유·「토마토」·당근·야채등이 곁들여진다.
그래서 이같이 식단을 꾸미는데는 국고지원만으로는 어림없다.
올 국고지원은 4백50만3천6백원. 1인1식에 60원꼴에 지나지않고 학부모들이 하루 1백원씩 연간 5백18만여원을 보태고 있지만 영양급식에는 미칠수없는 예산이다.
정남국교는 이같은 실정에 따라 일찌기 자활의 터전을 닦아왔다.
76년부터 단계적으로 늘려온 자활자원이 현재30평짜리 양계장에 산란용닭 5백마리와 병아리5백마리, 60평짜리 돈사엔 큰돼지 9마리와 새끼돼지 21마리, 그리고 학교실습지 1백평엔 왜성사과 70그루, 교외 임대실습지 3백평에는 벌써 봄채소가 파릇파릇하다.
이들 자활자원의 올순수익목표가 2백여만원이고 고기·채소·과일등을 자체 생산, 영양급식을 뒷받침한다.
학부모들의 도움은 물론 크다. 자활을 위한 생산활동에 노력지원을 아끼지않고 있다. 자모들로 급식위원회가 조직돼 매일 4명씩의 자모가 급식을 돕고있다.
연2∼3회씩 돌아오는 급식당번일엔 자모들이 어린이들과 함께 상오8시에 등교, 조리사로부터 1시간에 걸친 위생교육을 받고 음식을 장만한다.
점심을 먹인뒤엔 실겆이와 다음날의 급식준비틀 마쳐놓고 하오5시 집에 돌아간다.

<타교생보다 키커>
조리실에서 봄나물로 된장국을 끓이던 최준영씨(53·여·정읍군정우면우산리)는 『애들이 먹을 음식이라 생각하니, 피곤하기는커녕 흥이 난다』면서 손자 정구현군(7·1년1반)을 위해 며느리를 제쳐놓고 직접 나왔다고 했다.
정남국교 급식의 성과는 어린이들의 체위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급식혜택을 오래 받은 학생일수록 그 성과는 두드러져 1∼3학년은 따른 학교와 별차이가 없으나 4∼6학년은 키와 몸무게가 월등하게 좋다.
올새학기에 같은 여건에 같은 규모의 이웃정읍군배면 영산국교와 비교한 정남국교 어린이들의 평균체위는 키가 131.4∼143.3cm로 2.8∼4.2cm가 크고 몸무게도 28∼36.5kg으로 1∼2.3kg이 무거운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농촌어린이들에게 많은 버짐·종기·충치등의 영양부족이나 비위생적인 생활에서 오는 각종 질병자가 다른 학교에 비해 거의 없고 한결같이 얼굴빛에 건강미가 흐른다.
교육적인 측면의 성과도 크다. 위생생활의 습관화·협동근면성·바른 식생활 습성을 길러주고 학교와 학부모의 유대도 강화돼 급식의 부수적인 성과로 학교측은 자랑하고 있다.

<식당을 짓는게 꿈>
급식시설은 대형제빵기·온수「보일러」와 온수통·반죽기·지하창고·대형냉장고·세수대에 학부모들이 만들어준 장독대등이 완비돼있다.
그러나 아직도 완전자활급식을 위한 실습지의 확장과 2백평규모의 식당신축등이 큰일로 남아있다고 김영석교장은 걱정했다.
정남국교가 이렇게 급식시범학교로 정착하기까진 지난75년9월 문교부농촌형 급식실험학교로 지정받은뒤 78년2월28일까지 2년반에 걸친 실험과 다시 79년 2월28일까지의 연구과정이 따랐다.
정남국교의 교직원과 학부모들은 이정도에 만족하지 않고 『완전자활급식을 위해 연구와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의욕에 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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