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구출작전 왜 실패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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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브라운」 미 국방장관의 공언대로 『군사적인 측면에서 볼 때 세계 어느 국가도 흉내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작전』이었던 이번 특공작전이 어처구니없게도 연속적인 「헬」기의 고장으로 무산되었다. 미 국방성 당국자들은 계속「헬리콥터」가 고장을 일으킨 이유는『불운』이라고 얼버무리고 있으나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왜「헬」기가 고장을 일으켰을까 하는 근본 이유에 더욱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동원된 RH53D 「헬」기는 총량4만1천「파운드」가 넘는 쌍발「엔진」기로 최고 시속3백15km를 자랑하는 미군이 보유한 최고 성능의「헬」기다.
길이 26·5m, 적재량9t로 공중 급여도 가능하며 항속거리는 무려 2천km나 되는 초특급「헬」기다.
「이란」사막지대의 기상조건은 미국의 첩보위성을 통해 연일 면밀히 「체크」 됐다.
「이란」사막과 비슷한 기상조건을 갖고 지형마저 비슷한 미국 서부지역 사막에서 지난5개월 간 이와 유사한 훈련을 몇 차례나 실시했으나 이번과 같은 사고는 한번도 없었다.
온갖 최신 장비를 만재한 「헬」기가 별 이유 없이 불시착을 하고 사막의 폭풍에 의해 2시간이나 방향감각을 잃었다는 것은 무언가 다른 「제3의 요인」이 작용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낳게 하고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소련 기지로부터의 전파 방해설과 소련제「마사일」에 의한 「헬」기 격추설 등이다.
「이란」측이 아직 「헬」기가 격추됐다는 주장을 펴지 않고, 다만 사건 직후『「이란」 의 「레이더」망을 재정비했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최소한「이란」군에 의한 방해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련의 방공망은 미국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소련은 「이란」과 북쪽에 국경선을 같이하고 있으며, 동쪽의「아프가니스탄」에 소련군이 진주하고 있으므로 그들의 군사적 감시망이 무력하다고만 단정하기는 힘들 것 같다.
미국은 이번 작전동안 조기경보기(AWACS)를 사전에 「이란」 상공에 비밀리에 띄워 놓고 전파방해와 예상되는 외부의 반격을 조기에 탐지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다.
그렇다면 소련도 이와 유사한 조기경보체제를 가동, 미 공군기의 움직임을 역으로 오도하거나 미군기의 전파를 방해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6대의 대형 C-130수송기 편대가 멀리 「이집트」에서 날아들고,8대의 대형 「헬」기가 「이란」상공을 일제히 진입, 북상하는 대규모 군사적 이동이 소련측에 전혀 탐지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약하다.
대부분의 미국 정치인들은 평소 미군의 방위태세와 장비의 정비태세가 주요 실패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유력시되는「리건」은 작전 도중에 소련군의 위협이 탐지됐기 때문에 계획이 취소된 것이라고 주장, 소련군의 개입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번 작전에 외신 보도대로 「이란」사관생이나 군 요인이 참가했다면 그들에 의한 방해가 있었을지 모른다는 것도 일단 생각해 볼 수는 있다.
대부분의 비밀군사작전이 그렇듯이 이번 작전실패의 정확한 진상은 앞으로 영원히 공개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워싱턴=김건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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