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류 외교관의 귀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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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5년 4월「사이공」함락 때 미처 철수하지 못하고 5년여의 억류 생활을 하던 우리 외교관 3명이 지난12일 고국에 귀환했다.
이번 석방은 우리 정부의 끈질긴 구출 노력과 「스웨덴」 등 우방의 협력 덕택이라 하겠으며「베트남」 당국이 그동안 상당한 우여곡절을 거쳤으나 결국 이들을 한국으로 송환하기로 결정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 공사와 안· 서 두 영사는 억류돼 있는 동안 북괴 측의 갖은 협박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대한민국 국가 공무원으로서의 임무와 긍지를 끝까지 수호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될 만하다.
이들 억류 한국인들은 엄연한 외교관 신분으로, 그 신변의 처리는 본래 외교관 면책 특권의 관례에 따라 한·월 두 나라 당국 사이에서 순리대로 절충돼야 할 일이었다.
그런데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그동안 북괴는 이들의 석방을 방해하면서 온갖 부당한 몸값 흥정을 벌여 놨던 모양인데 이는 국제법상으로나 상식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만행이다.
도대체가 관계 당사자도 아닌 북괴가 이 일에 뛰어들어 흥정을 벌여 놨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우선 억류 외교관의 구출에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했던 우리 정부측으로서는 일종의 긴급 피난 조치로서 그 흥정에 응할 수밖에 없었던 듯 하며 월남 당국도 같은 공산국인 북괴의 요청을 정면으로 사절하긴 힘들었던 것 같다.
이러한 상황은 최근의「이란」에서의 미국 대사관 직원에 대한 억류 소동하고도 일견 유사한 것으로, 공권력에 의한 외교관 억류와 인질 흥정의 또 하나의 악랄한 사례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번의 경우엔 억류자와 교섭 상대방이 달라서 그 불법성과 몰상식의 정도가 한층 더 심했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른 것이다.
월남 당국 역시 이러한 부당성을 모를 리가 없었기에 결국엔 북괴의 억지를 물리치고 억류자들을 석방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최근의 월남-북괴 관계의 냉각과도 전혀 무관하다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여하튼 이번의 억류 한국 외교관에 대한 북괴의 행패는 국제「테러」분자들의 외교관 납치와 인질 흥정하고 조금도 다를 바 없는 범죄 행위로서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아야 할 일이다. 하나, 그간의 우여곡절이야 어떻든 우리 외교관들이 다시 고국에 있는 가족들의 품에 안겼다는 것은 기쁘기 그지없는 일이며, 이를 계기로 사람을 잡아 놓고 몸값 흥정을 벌이는 국제적 범죄 행위에 대해 전 세계적인 경각심과 근절책이 강구돼야 하리라고 본다.
특히 외교관을 인질로 잡아 놓고 당사자도 아닌 제3자가 몸값 흥정을 벌이려 했다는 것은 문명국 사회의 외교 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그런 범죄단체나 공권력에 대해서는 국제적인 응징이 가해질 수 있는 견이 강구돼야 하겠다. 우리 외교관의 구출에 적극 협력해 준 유관 단체와 「스웨덴」 등 우방 정부 그리고 우리 정부 관계자들의 노고에 거듭 치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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