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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관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 나라 석유 소비량의 83%, 총「에너지」소비율의 53.5%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체 및 발전 부문의 「에너지」 관리가 대단히 허술한 것으로 밝혀져 당국으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았다고 한다.
조사 대상이 된 8백20개 업체는 소위 「에너지」 다 소비 업체로 이들이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따라 나라 전체의 「에너지」 절약 성패가 달려 있어 누구보다 「에너지」 절약에 솔선해야할 기업들이다. 이 점을 고려할 때 조사 대상 업체 모두가 예외 없이 「에너지」 관리에 하자가 있음이 지적됐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금할 수 없게 하는 일이다.
당국은 제2차 「오일·쇼크」를 당해 지난해에 두차례, 올 들어 한차례 「에너지」 소비 절약 지침을 발표한바 있다.
이 세 차례에 걸친 절약 방안은 주로 가로등 끄기·「엘리베이터」 운행 제한·실내온도 조절 등 지엽적인 것들이었다. 그러나 「에너지」 소비 구조로 보아 실제 「에너지」를 많이 쓰는 것은 산업체이므로 「에너지」 다 소비 업체에서 낭비하면 절약의 실효를 거둘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이 점이 이번에 실증된 셈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당국은 기본적인 열 관리만 효과적으로 하면 별도의 투자를 하지 않고도 이들 업체가 연간 사용하는 「에너지」의 2.6%에 해당하는 3백4억원 어치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점에 대해서는 해당 산업체가 시정 명령에 따라 하루속히 보완할 것을 촉구한다.
그러나 산업체의 열 손실 방지를 위한 근본책은 열 발생 및 열 사용 설비 개체, 공정 개선, 열 병합 발전 시설 보급 등에 있다. 이를 달성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지도·지원과 산업체의 자발적인 노력이 있어야만 된다.
우리 나라 산업체의 열 손실 원흉이 『낡은 「보일러」』라는 사실이 밝혀진지는 이미 오래 되었다. 당장 대체해야할 「보일러」 1천8백여개의 대부분이 10년을 넘은 것들이고 그 열 효율은 고작 60∼70% 밖에 안 된다. 예를 들어 「보일러」를 돌리기 위해 1백ℓ의 「벙커」C유를 써도 30∼40ℓ는 낭비하는 것이다. 그래도 불은 붙고 증기는 발생되므로 그런 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설사 업주가 낡은 「보일러」의 결합을 안다손 치더라도 우선 당장 급하지 않고 목돈이 없으며 새 「보일러」의 성능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대체를 줄이기 때문이다. 열 사용 기기의 경우도 대동소이하다.
이같은 점에 비추어 정부는 우선 새로 제작하는 열 사용 기자재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업체가 기꺼이 따라올 수 있도록 과감한 수입책을 쓰는 것이 시급하다.
열 설비 대체의 유인책으로 정부는 현재 70억원을 확보, 노후 「보일러」 개체 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이 액수는 크게 늘려야 하며, 「에너지」 절약형 기자재에 대한 관세 인하, 절약형 시설 투자에 대한 소득세·법인세 감면도 조속히 시행해야 할 것이다. 서독은 「에너지」 다 소비형 노후 시설 대체에 7.5%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2∼5년 내에 가속 상각을 허용하는가 하면 미국은 「에너지」 절멸 설비 투자에 20%, 영국은 초 연도에 1백%의 세금을 감면하는 등 적극적인 유인책을 쓰고 있다.
이와 함께 산업 부문에서의 새로운 「에너지」 절약 기술을 부단히 개발하여 절약형 공정을 표준화해야 하며, 열 병합 발전의 확대도 바람직하다. 열 병합 발전은 발전기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나오는 폐열을 회수해 공정용 또는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등 구미에서 널리 사용할 뿐 아니라 우리 나라에서도 이미 13개 대 업체에서 채택한 「시스팀」을 적극 권장해야 할 것이다.
이 절약의 시대에 「에너지」 절감은 아무리 강조돼도 지나침이 없다. 「절약은 최선의 공급」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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