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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없어져도 모를 절경 … 이곳을 달리는 '꼬마열차'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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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지역으로 들어오고 있는 정선선 열차.

기차라고 모두 다 같은 기차가 아니다. 나에게 정선선 열차는 각별하다.

강원도 정선 증산(현 민둥산역)에서 정선읍을 거쳐 구절리역까지 이어지는 정선선(45.9㎞)이 개통된 때는 1974년 12월이었다. 구절리 탄광에서 생산되는 석탄을 수송하기 위해서였다. 94년 구절리 탄광이 문을 닫은 후에도 기차는 계속 달렸다. 한 량짜리 앙증맞은 열차로 변신해 주민들의 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학생들의 통학열차로, 장을 오가는 주민들의 오일장 열차로서 말이다.

1983년에 처음으로 정선 아우라지 언덕에 있는 옥갑산에 직원 둘을 데리고 답사를 갔다. 그때 잠을 잤던 옥산장은 유홍준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 소개된 그 지역 유일한 여관이었다. 답사를 다녀오고 머릿속에 계속 아우라지에서 본 꼬마 증기기관차가 잊히지 않았다. 90년대 후반부터 테마여행이 활성화되면서 정선선 열차를 상품으로 만들었다.

‘꼬마열차’라는 이름도 지었다. 꼬마열차도 타고 옥산장에서 하룻밤 지내는 여행 상품이 2000년 초반 겨울 신문에 소개되면서 단박에 유명해졌다. 사람이 몰리자 역무원이 주말 열차 요금을 올렸다. 열차도 비둘기호였던 것을 무궁화호 열차로 바꿨다. 전망을 보기 좋게 하기 위해 통유리로 교체하는 등 휘황찬란하게 개조했다. 이름도 ‘정선아리랑 유람열차’가 됐다.

사람들이 꼬마열차에 열광했던 이유는 어릴 때 시골서 열차타고 다니던 향수를 만끽할 수 있어서였는데, 열차를 개조하고 나서는 그 맛이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관광객이 몰린다.

예전 꼬마열차 상품은 당일이나 무박 2일 일정이었다. 아우라지에서 구절리까지 버스로 이동하고 구절리에서 꼬마열차를 타고 증산역까지 간 다음 거기서 다시 버스를 타고 서울에 오는 여정이었다.
9번 굽이쳐서 간다고 해서 구절리라는 이름을 얻은 그곳은 산간 고지대라 그 자체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어느 날, 열차가 구절리를 출발한지 10분이 됐는데 한 주부가 애가 없어졌다고 소리를 질렀다. 경치에 푹 빠져 사진을 찍다가 버스에 다섯 살짜리 애를 놓고 내린 것이다.

손님 전부가 화들짝 놀랐다. 정말 안 태운건지 아님 태웠는데 열차에서 떨어진 건지,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30분쯤 흘렀을까. 버스기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글쎄 애가 버스 안에 있다는 것이었다.

서울로 올라오는 내내 그 손님은 놀림감이 됐다. 결국 그녀는 마지막 휴게소인 여주 휴게소에서 손님 80명에게 아이스크림을 돌렸다. 앞으로 아이 잘 챙기겠다고 맹세를 하면서 말이다. 이병률시인과 함께 하는 1박2일 정선&태백기행, 8월 2일 출발, 2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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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승 승우여행사 대표
올해 칠순을 맞은 국내 최고령 여행 가이드.
40년 넘게 국내 여행만 고집하고 있다

이종승의 여행 훈수 (13) 정선선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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