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은 정치를 모르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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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곳곳에서 215명의 청춘들이 ‘정치 수능’을 치렀다. 문제를 대하는 진지한 자세만큼은 ‘진짜’ 수능시험 이상이었다. [청춘리포트팀]

청춘리포트는 20~30대 대학생·직장인 등을 상대로 정치 상식을 테스트했습니다. 이름하여 ‘정치 수능’. 서울 광화문·신촌·노량진·여의도 등에서 만난 20~30대 215명이 이 시험에 응했습니다. 채점 결과 평균 점수는 33점. 이 점수를 요즘 젊은 세대의 정치 관심도로 바꿔 읽어도 무방할 것입니다. 한 대학생 응시자는 “거짓 공약만 남발하는 정치권은 알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습니다. 2014년 한국 정치를 바라보는 청춘의 시각이 이와 같습니다. 정치권이 실정을 거듭할수록 2030 세대의 정치 무관심은 더욱 굳어질지 모릅니다. 다음은 ‘정치 수능’ 문제지와 정답 해설입니다. 지금, 당신의 정치 관심도는 몇 점인가요.

정강현 청춘리포트팀장  

1. 정답: 박근혜, 버락 오바마, 시진핑, 아베 신조

최근 중국 시진핑 주석과 일본 아베 총리는 각각 방한과 우경화 논란 등으로 각종 매체에서 자주 언급됐다. 이 때문인지 정답률이 높은 편이었다. 의외로 아베 총리를 적지 못하고 빈칸으로 남겨둔 오답자(65명)가 많았다. 중국 정상을 후진타오라고 적은 사람도 3명 있었다. [정답률 54.9%]

2. 정답: 정홍원

대한민국 현 국무총리의 이름을 물었는데 10명 중 6명은 정답을 알지 못했다. 안대희·문창극 등 최근 낙마한 총리 후보자를 현 총리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원홍’ ‘정홍연’ 등 이름을 헷갈려 하는 사람도 상당수였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현 총리로 착각하거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국무총리로 답한 경우도 있었다. [정답률 37.7%]

3. 정답: ③

최근 대구시장에 도전했다가 낙마한 김부겸 전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다. 유시민 전 의원의 소속은 정의당이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소속 정당(새정치민주연합)을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 일부 오답자는 유 전 의원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알고 있었다. 이는 유 전 의원이 친노(親盧) 정치인으로 인식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답률 45.6%]

4. 정답: 김무성

최근(7월 14일) 전당대회를 치렀는데도 새누리당의 새 대표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오답자 대부분은 아예 답을 못 적었다. 젊은 층의 여당 대표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다는 뜻이다. 주요 오답으로는 정몽준·이완구·김을동·홍준표 등이 있었다. [정답률 31.2%]

5. 정답: 김한길, 안철수

두 공동대표를 모두 적은 것만 정답으로 간주했다. 2명의 이름을 적어야 했기 때문인지 새누리당 대표를 묻는 4번 문제보다 정답률이 8%가량 낮았다. 1명만 쓴 경우 35명이 안철수 대표를, 24명이 김한길 대표를 적어 냈다. 김한길이란 이름 대신 "부인이 연예인(배우 최명길)인 분”이라고 답한 대학생도 있었다. [정답률 23.3%]

6. 정답: 김기춘

신문기사 속에서 설명하는 인물을 찾는 문제다. 최근 청와대의 내각 인사가 연달아 실패하면서 인사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책임론이 대두된 바 있다. 주요 매체에서 거의 매일 김기춘 비서실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지만 10명 중 8명은 그의 이름을 몰랐다. 오답자 가운데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이름을 적은 경우가 많았다. [정답률 24.7%]

7. 정답: 7월 30일

연일 언론 매체에서 재·보궐선거와 관련한 뉴스를 쏟아내고 있지만 2030 세대는 정작 그 날짜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10명 중 6명이 날짜를 아예 모르거나 8월 7일 등 엉뚱한 날짜를 정답으로 적어 냈다. [정답률 39.1%]

8. 정답: ②

이번 재·보궐선거의 최대 격전지인 서울 동작을의 후보는 나경원(새누리당), 기동민(새정치민주연합), 유선희(통합진보당), 노회찬(정의당), 김종철(노동당) 등이다. 이 지역은 공천 잡음이 특히 많았던 곳이다. 새누리당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공천하려다가 나경원 전 의원으로 선회했고, 새정치연합은 광주 광산을에 출마한 기동민 후보를 동작을에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당원들 간 다툼이 격화됐다. 여러 정치인의 이름이 뉴스에 오르내리면서 후보 이름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오답자 중 상당수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후보로 알고 있었다. [정답률 44.2%]

9. 정답: 정의화

응시자들이 가장 어려워했던 문제다. 전체 215명 중 6명만 정답을 맞혔다. 국회의장이라는 직책이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등에 비해 언론 노출 빈도가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입법부 수장으로서 존재감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평가가 가능하다. 강창희 전 국회의장,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를 꼽은 응답자도 2명씩 있었다. [정답률 2.8%]

10. 정답: 19대

대한민국 국회는 현재 19대로 올해 66주년을 맞았다. 오답자 중 상당수가 ‘66대’라고 답했다. 국회의원 임기를 1년으로 잘못 추론해 답한 것으로 보인다.[정답률 18.6%]

11. 정답: 윤보선, 최규하, 노태우, 김영삼, 노무현, 박근혜

상대적으로 최근에 재임했던 김영삼·노무현·박근혜 대통령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윤보선·최규하 전 대통령의 이름을 못 적은 경우가 많았다. 윤보선 전 대통령 대신 장면 전 총리를 적어 낸 사람도 21명이나 됐다. [정답률 14.9%]

12. 정답: ⑤

ㄴ과 ㄷ은 잘못된 대화문이다. 안 대표는 서울시장 경선에 나온 적이 없으며, 그의 지역구는 서울 노원병이다.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았으나 12문항 중 가장 높은 정답률을 보였다. 안 대표에 대한 20~30대의 관심이 여전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치 입문 전부터 각종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과 신상을 알려온 것도 결과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답률 63.3%]

채점평

‘빵점’이 19명이나 됐다. 100점은 없었다. 최고 점수는 90점이다. 여자(30점)보다는 남자(36.6점)가, 20대(30.7점)보다는 30대(50점)가 평균 점수가 좀 더 높았다. 경희대 사회학과 김중백 교수는 “ 젊은 세대가 일종의 정치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은 남아 있는 편이었다. 안 대표의 이력과 관련한 12번 문항은 정답률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대표를 묻는 5번 문제에서 대다수 응시자(84%)가 ‘안철수’ 이름을 적지 못했다. 2030 세대가 안 대표의 과거 이력은 잘 알아도 현재 역할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고석승·안효성 기자, 공현정(이화여대)·고한솔(서강대)·신중후(부산대)·문채석(고려대) 대학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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