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노선' 운항정지 위기 … 속타는 아시아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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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발생한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착륙 사고에 대한 정부의 행정처분이 가시화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올 1분기에만 466억원의 적자를 낸데다 한해 17만여 명을 실어 나르는 ‘효자 노선’에 대한 징계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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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교통부는 21일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아시아나항공 착륙사고 최종보고서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주 미국 NTSB로부터 e-메일 형태의 보고서가 도착했으나 정식 문서로 보강해 달라는 차원이다. 이에 앞서 미국 NTSB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사고의 주요 원인은 조종사의 과실”이라고 결론지었다.

 국토부 권용복 항공안전정책관은 “향후 NTSB 보고서와 우리 측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보고서를 검토하고 법률 자문 등을 거쳐 징계 절차에 착수할 것”라고 말했다. 이르면 다음 달 아시아나항공 사고를 논의하는 행정처분심의위원회가 열릴 전망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최장 90일까지 운항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현행 항공법은 고의 또는 중대 과실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인명 및 재산 피해를 따져 운항정지 기간을 결정한다. 사고 당시 사망자는 3명, 부상자는 180명(중상 40명)이었다. 행정규정상 중상자 2명을 사망자 1명으로 간주한다. 사망자 10명 이상인 경우 운항정지 60일 처분을 받게 된다. 재산 피해가 100억원 이상인 경우 운항정지 30일을 받는다. 과징금은 이와 별개다.

 아시아나항공이 1992년부터 운항 중인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은 최근 3년간 연평균 17만3000명이 이용했다. 탑승률이 85.8%에 이르는 알짜 노선이다. 이 가운데 외국인 승객 비중이 70%가 넘는다. 운항정지 90일을 처분 받으면 과징금을 빼더라도 300억~400억원대 매출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미지 타격까지 더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진다.

 행정처분을 기다리는 아시아나항공은 낮게 엎드려 있다. 다만 정상 참작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NTSB가 복합적인 요인은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조종사 과실로 몰고간 측면이 있다”며 “여기에다 사고 직후 승무원들이 헌신적으로 대처했고, 지난해 10월부터 자체적으로 선제적 감편(왕복 72회) 운항을 했다는 점도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안전대책을 강화하는 처분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청주대 정윤식(항공운항학) 교수는 “운항정지라는 극단적 처분을 내리면 결국 외국 항공사들이 반사이익을 가져갈 것”이라며 “그것보다는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해 조종사 재교육, 항공기 정비 등 안전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에서도 자국 항공사에 대한 운항정지 처분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2009년 2월 미국 뉴욕주 버펄로 인근에서 콜간항공 소속 여객기가 추락해 50명이 사망했을 때 과징금 200만여 달러가 전부였다. 미국 컴에어가 2006년 8월 충돌 사고를 일으켜 49명이 사망했을 때도 과징금 외에 직접적인 행정처분은 없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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