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엿보기] 뒤얽힌 대지 지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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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강동구 둔촌동 주공 1~4단지. 1980년 12월 준공된 1백44개동 5천9백30가구(8~34평형)가 18만여평에 몰려 있다. 2001년 재건축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해 12월 구청에 예비안전진단(육안검사)을 신청했다.

지난달 20일 인근 고덕동 주공2단지와 함께 예비진단을 받았다. 고덕 주공2단지는 지난달 28일 이 진단을 통과했으나 이들 단지는 지난 3일 안전진단평가단 회의에서 결론을 얻지 못했다.

단지별 안전성에 대한 평가단 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구청 관계자는 "저층 단지는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으나 중층 단지는 괜찮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1,2단지는 5층짜리이고 3, 4단지는 10층이다. 구조도 1, 2단지는 벽돌로 쌓은 조적조인 데 반해 나머지는 철근콘크리트로 지어졌다.

단지별로 나눠 1, 2단지가 먼저 사업을 추진하면 되지 않을까. 그럴 수 없는 사정이 있다.

이들 단지는 지을 때부터 대지 지분이 얽혀 있다. 공유지분이 서로 물려 있고 상가지분은 4단지 몫이다. 재건축추진위 최찬성 위원장은 "4개 단지로 나뉘어 있지만 사실상 한 단지인 셈이어서 분리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일부 안전 불합격'이 전체 판정에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둔촌 주공과 반대로 개별 단지가 재건축을 추진하다 난제를 안은 곳도 있다.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 주공 2, 3단지와 하안동 본주공1, 2단지.

이들 4개 단지는 80~81년 입주 당시 시흥군 서면 철산.하안리 11만여평에 철산주공1, 2, 3단지로 지분정리 없이 한 덩어리로 들어섰다. 이후 철산.하안동으로 행정구역이 바뀌면서 하안리에 위치한 철산주공1단지가 하안 본주공1단지로, 철산주공2단지 중 하안리 쪽은 하안본주공2단지로 이름이 바뀌며 떨어져 나갔다. 주공2단지를 의미하는 2백번대 동번호 중 201~222동은 철산주공2단지, 222~245동은 하안본주공2단지다.

지리적 여건 등이 서로 다르고 4개 단지 6천2백80가구를 공동으로 재건축하기가 부담스러워 단지별로 재건축 사업이 시작됐다. 철산 주공2단지를 제외하곤 지난해 조합설립인가까지 끝냈고 철산 주공2단지도 지난달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조합설립인가를 앞두고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단지에 따라 실제 면적이 대지 지분보다 많거나 모자라 지분분할을 조정해야 한다. 대지지분은 추가부담금 등 수익성과 직결돼 단지별 이해관계가 부딪칠 수밖에 없다.

4개 단지 재건축조합은 철산주공2단지가 조합설립 인가를 받으면 본격적인 지분정리에 나설 계획이다.하지만 지분분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사업승인을 얻지 못해 4개 단지 모두 사업추진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20년을 내다보지 못하고 무턱대고 짓기만 하다 빚은 아이러니의 현장들이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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