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에 볕 든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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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지난 주말 독특한 느낌의 카페·음식점이 많은 서울 강남역 상권의 뒷골목(이면도로) 일대가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황의영 기자]

큰 길(대로변)을 따라 형성된 중심 상권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뒷골목(이면도로) 상권이 주목 받고 있다. 눈에 잘 띄고 오가기 편한 큰 길로 몰렸던 사람들이 교통이 다소 불편해도 아기자기하고 이색적인 분위기의 뒷골목을 많이 찾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임대료가 중심상권은 주춤한 반면 뒷골목 상권은 쑥쑥 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강남역 상권이다. 대로변 액세서리점(이하 1층)은 보증금 4억원에 월 2500만원으로 4년간 보증금 25%, 월세 8.7% 올랐다. 같은 기간 바로 뒷골목에 있는 한식당은 보증금과 월세가 각각 66%, 75% 올라 5000만원에 350만이다.

 홍대입구역 상권도 비슷하다. 홍대역 인근 대로변 이동통신 점포 임대료는 4년새 25% 올라 보증금 4억원에 월 1500만원이지만 이면도로에 있는 옷가게(보증금 1억원, 월 600만원)는 보증금 233%, 월세 140% 상승했다. 이태원역 상권도 역 인근 커피숍 임대료는 70% 오르는데 그쳤지만 커피숍 뒤쪽에 있는 양식전문점은 183% 뛰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뒷골목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데는 소규모 이색 상권이 형성된 영향이 크다. 강남역과 홍대입구역 이면상권엔 독특한 콘셉트의 카페와 음식점이 몰려 이국적인 분위기가 난다. 이태원역 이면상권은 세계 각국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과 패션 소품점이 몰려 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어학연수나 유학·출장 등으로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수요가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이들은 이미 대중화한 대로변 상권보다 특색 있는 분위기의 소규모 상권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대로변 상가 임대료가 치솟은 것도 또 다른 이유다. 뒷골목 상가는 대개 대로변보다 임대료가 30% 이상 싸다.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안민석 연구원은 “임대료가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니 대로변의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임차수요가 밀려나 상권이 넓어지면서 또 다른 분위기의 소규모 상권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임대료가 오르면서 상가 몸값도 상승세다. 강남역 이면도로의 상가(대지면적 191㎡)는 최근 1년새 3.3㎡당 1000만~2000만원 올라 1억2000만원을 호가한다. 이태원역 이면도로 상가(대지면적 46㎡)도 1년새 가격이 30% 올라 3.3㎡당 7000만원선이다. 이면도로는 이전까지 주거지인 곳이 많아 낡고 오래된 단독주택 등 저층 건물이 대부분이다. 주차대수나 정화조 용량 등 리모델링할 수 있는 조건에 맞는지 확인하고 매입하는 것이 안전하다. 용적률 제한이 있어 면적 제한이 있다는 것도 알아둬야 한다. 강남역 이면도로의 경우 제1종전용주거지역에 속해 업종이 제한된다. 건물은 2층 이상 지을 수 없고, 술집 등 유흥업소는 입점할 수 없다. 주차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많아 주차공간을 조성하면 수익을 높이기 유리하다. 콜드웰뱅커케이리얼티 박대범 본부장은 “건물가치보다는 지가 상승을 기대하고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매입 가격에 리모델링 비용을 포함해 자금계획을 짜야 한다”고 주문했다.

 상권 특성이 뚜렷해 입점 업종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국민은행 임채우 부동산전문위원은 “지형적인 특징, 한정적인 임차수요 등을 따져본 뒤 투자해야 하며 임차인이 리모델링 비용을 내는 것을 조건으로 장기계약을 맺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글=최현주 기자
사진=황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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