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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아의 '체지방 9%, 그까이꺼'] ③ 식단 조절보다 힘든 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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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제법 합리적인 경제활동을 한다. 체내에 들어온 영양소 중 생명 유지에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기초대사량)는 곧바로 쓰고, 나머지는 혹시 모를 미래에 대비해 저축한다. 이게 지방, ‘살’이다. 보디빌더나 피트니스 선수들은 몸의 저축을 치밀하게 방해한다. 몸이 주로 저금하는 혈당을 철저하게 제한한다. 이 혈당이 바로 밀가루, 흰 쌀밥 등 단순 탄수화물이다. KBS 예능 프로그램 ‘인간의 조건’에서 개그우먼 김지민은 밀가루만 끊었을 뿐인데 아랫배가 쏙 들어갔다고 한다. 환상적인 S라인을 자랑하는 모델 미란다 커는 “화이트 푸드(밀가루, 설탕 등 고혈당 음식)는 전혀 입에 대지 않는다. 나에게는 독”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혈당을 제한하면 하루 종일 기운이 없기 마련이다. 식욕을 참아가며 정해진 식단만 먹는 건 할만 한데, 힘이 나질 않아 운동을 마음처럼 할 수 없는 게 스트레스다. 60kg도 곧잘 들었던 내가, 40kg도 힘에 부친다. 여름의 더운 날씨에 쉽게 지치기까지 하니 운동이 예전만큼 즐겁지 않았다. 힘이 빠지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자세도 흐트러진다. ‘참을 인(忍)’ 자를 마음 속에 하루에도 서른 일곱 번은 그리다시피 하며 이 악물고 참았다. 운동할 땐 중량을 높이지 못하니 횟수를 늘렸다. 그래도 계속 조바심이 났다. ‘이 정도로 운동해서 몸이 나올까’, ‘이번 주까지 1kg은 더 빠져야 할 텐데’. 글을 연재하면서 매주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도 적지 않았다. 게다가 밤에 잠도 못 든다. 운동을 나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부족한가 싶어 정말 잔인하게 몸을 혹사시키기도 해봤다. 여전히 잠에 들지 못했다. 회사에 지각할 까봐, 근육이 충분히 쉬지 못해서 운동 효율이 더 떨어질 까봐…. 여러 가지로 불면증은 더 깊어졌다.

그래도 지금까지 짜증내지 않고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건 운동 메이트 한나 언니 덕분이다. 매일 헬스장에 출근(?)해 20kg 가까이 감량한 언니의 성실함에 감탄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지금은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는 언니는 운동 능력이 나보다 훨씬 좋다. 헬스장에 매일 오는 삼촌들도 엄지를 치켜 든다. 사실 나보다는 언니가 대회 출전을 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아니면 언제 이런 경험을 하겠냐’며 대회 같이 나가자고 한참을 꼬드겼다. 언니는 내 혀 재간에 넘어왔다. 우리들 시너지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중량 욕심이 어마어마한 언니 덕분에 나도 강도 높은 운동을 한다. 너무 힘들어서 주저 앉고 싶을 때면 서로 다독이기도 하고 혼내기도 하면서 의기투합하고 있다. 힘든 일을 함께 가슴 깊이 공유할 사람이 있다는 건 그 어떤 것보다 큰 위안이 된다. 기쁜 소식 하나, 체지방률이 10퍼센트대에 진입했다. 요즘은 얼른 복근을 만들어서 여러분 앞에 당당히 보여드려야겠단 생각을 하고 있다.

굶고 있는 다이어터들을 위해 한 가지 팁을 주고 마무리할까 한다. 영양 섭취가 줄어들면 몸은 혈당을 일정 수준 유지하기 위해 근육을 분해한다. 결국 먹지 않으면 근육이 줄어들고, 이어 기초대사량도 떨어진다. ‘다이어트는 굶는 게 최고’라며 홀쭉해진 몸에 만족해 다시 맛집을 찾는다면 요요 현상에 빠지는 건 시간 문제다. 앞에서 말했듯이 몸은 줄어든 기초대사량만큼의 열량 외 나머지는 저축하기 때문이다. 기초대사량이 낮은 사람들이 맛있게 먹은 음식들은 대게 지방으로 축적된다. 똑같이 먹어도 유독 나만 살이 찌는 것 같다면 우선 기초대사량을 키우자.

글 강선아 포토 코디네이터
영상 최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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