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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도권 시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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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개헌을 누가 주도하느냐는 문제를 놓고 정부와 국회간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지난 20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신현확 총리·최광수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종필 공화당총재·최영희 유정회의장이 만나 정부와 국회가 별도로 추진중인 개헌안을 사전조정한다는 원칙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김영삼 신민당 총재는 25일 회견에서 개헌을 국회에 맡기도록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사전조정 원칙에 합의>
신민당은 개헌 주도문제를 단순한 발의권 행사의 문제로 보지않고 어떤 태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
이때문에 주도문제로만 그치지 않고 정권의 향방과도 관련되어 ▲공화·신민당간에 ▲혹은 정부대 국회 ▲또는 정부·여당대 야당간의 큰 쟁점으로 화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정부가 곧 발족시킬 헌법개정심의위원회에 국회가 참여치 않을 것이라는 뜻을 김택수 국회개헌 특위 위원장이 분명히 했고 한걸음 더 나아가 법무장관을 국회에 출석시켜 정부가 개헌안에 꼭 반영시킬 내용을 보고 받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그러나 정부는 「발의권 행사」라는 점을 들어 나름대로 주도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발의권을 행사하면서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고 책임지는 쪽에 개헌안에 대한 최종결정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논리다.
주도권을 둘러싼 국회와 정부간의 분쟁은 지난해 12월17일 국회 개헌특위가 국회시안→정부이송→대통령 발의→국민투표의 방법으로 한다는 개헌절차를 의결한 때부터 시작됐다.
회의에서 신민당의 박해충 의원이 절차문제를 제기했고 이를 받아 김택수 위원장이 『개헌안을 정부에 보내 국민투표 방식으로 하자』고 제안하자 여야 의원들이 모두 찬성했다.
개헌 절차문제를 특위가 결정할 사항은 아니지만 일단 헌법개정에 관한 「모든 문제」를 검토한다는 방침아래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 특위위원이 설명했다.
공화·신민 양당의 원내총무들도 이런 원칙을 양해해서 국민투표 방식은 국회의 의사처럼 되었고 정부도 이를 받아 들였다.
현행법상 개헌절차는 ①국회의결→통일주체 국민회의 확정 ②대통령 발의→국민투표로 확정의 두가지이나 국회가 통대를 거치지 않기로 한 것은 그동안 통대에서 대통령을 선출해 온 「이미지」와 더이상 성격이 뚜렷한 유신제도를 활용할 수 없다는 정치현실을 감안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회쪽의 국민투표 방침은 아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본회의 결정이 아니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국회의사를 변경할 수 있다.
김영삼 신민당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개헌의 국회 주도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국민투표 방식을 재고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민의와 전문가의 논리>
이런 결의과정에서 국회쪽의 개헌안에 대해 정부가 일자일구도 손대서는 안된다는 단서를 단 것이 정부를 크게 자극했던 것 같다.
최규하 대통령은 국회 특위의 결정이 있은 직후 가진 취임사에서 『개헌은 어떤 정당이나 단체 등의 범주안에서 처리될 수 없고 어떤 이해관계자들간에 편의적인 타협의 산물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혀 국회안이 각계각층의 안중 하나라는 입장을 보였다.
취임식 다음날 정부 관계자는 국회안이 이송되어 오면 정부의견을 가미해 국민투표에 붙일 최종안을 만들 것이라고 뒷받침해 국회 특위의 결의를 무시했다. 김택수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개헌은 어디까지나 국회 주도로 이뤄져야 하며 정부는 의견을 국회에 보내 사전에 반영시켜야 할 것이라고 되받았고 26일 열린 개헌특위는 이같은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같은 공방전 속에서 지난 12일 김위원장과 특위간사들이 신현확 총리를 방문해 정면으로 부닥쳤다.
언쟁까지 곁들인 약 2시간 동안의 의견교환 끝에 정부측은 국회의 개헌안중 골격에 손질할 부분이 있으면 이를 다시 국회로 보낸다는 선을 제시했고 이날 저녁 삼청동 공관에서 최대통령·신총리·김공화당 총재·최유정회의장의 4자 모임에서 이를 양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부는 독자적으로, 조직적으로 개헌연구를 진행시키고 있다. 법제처가 개헌상황실을 설치하는가 하면 헌법연구반을 발족시켰고 2개 반으로 편성한 조사단을 「유럽」에 이미 파견했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최대통령이 회견에서 밝힌대로 국정자문회의와 개헌심의위를 설치할 예정으로 있다.
국회쪽족은 경향에서 개헌공청회를 열어 「민의」에 바탕을 두는 새 헌법안을 만들겠다는 것이고, 정부는 헌법학자와 이 분야 공무원 등 「전문가」를 동원해 장기태세로 헌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템포」로 봐 정부와 국회간에 개헌시한을 둘러싼 미묘한 관계가 야기될 것 같다. 국회쪽에서 개헌안을 일찍 성안해 정부에 보낸다면 몇달이나 붙들어놓을 수 있으며 그만한 명분을 가질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다음에 제기될 문제가 권력구조와 선출방식이다. 대체로 공화·신민 양당에서는 대통령의 직선제를 밀고 있는 듯 한데 만일 정부쪽에서 간선제안을 낸다면 쉽게 조정될 것 같지 않다.
실질문제를 떠나서 국회와 정부간의 형식 논리를 보면 평행선을 긋기에 안성마춤이다.
『개헌특위가 여야 동수로 구성된데다 전원합의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특위의 개헌안은 어느 특정 정파나 집단의 안이 아니고 국민전체를 대표하는 안이 된다.』(김택수 위원장)

<정파 떠난 초연한 입장>
『국회는 아무래도 정치인들의 집단이니만큼 기성정치인의 이해에 집착하고 국민인기에 영합하기 쉬우며 국가의 기본질서나 장래보다는 분위기에 휩쓸릴 우려가 없지 않으므로 초연한 입장에 있는 정부가 더 국민의 개헌의지를 총체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정부 관계자)
양측의 논리가 어떻든 개헌안의 내용에 있어 권력구조 등 핵심문제에 이견을 보일 때에는 그 자체가 새로운 정치불안의 원인이 되는만큼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단일안이 마련돼야만 하겠다.
남재희 위원(공화) 같은 이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마련돼야 하며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지니는 국회안의 뼈대를 정부가 부인해서는 곤란하고 국회도 발의책임을 지닌 정부의 헌법연구 자체를 비판하는 태도는 버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불안이나 긴장을 야기시킬 우려가 있는 개헌 주도권 다툼의 계속은 어떤 저의가 있다는 오해를 더할뿐 명분도 실익도 없다는 것이 다수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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