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 죽었을 뿐 내란목적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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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통령 시해사건 관련 피고인들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들은 1심 판결이 법리를 오해했거나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는 내용의 항소이유서를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항소법원인 육군계엄 고등군법회의에 제출했다.
김재규 피고인의 변호 인단(강신옥 이돈명 황인철 김제형 조준희, 안동일 홍성우 변호사)은 항소 이유서에서 내란목적 살인 및 내란수괴미수죄는 헌법상 설치된 국가기관을 전복하려는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김 피고인은 자연인 박정희 대통령을 살해했을 뿐 국가기관을 전복할 목적이 없었으므로 1심이 법리를 잘못 이해했다고 주장했다.
또 박선호·이기주·유성옥·김태원 피고인의 변호인들도 피고인들이 각각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살상에 가담할 것을 공모한 사실이 없이 단순히 엄정한 명령체계 아래서 판단할 여유도 없이 상사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므로 내란죄의 적용은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강요된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는 형법(제12조)규정에 따라 무죄판결을 하거나 가볍게 처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계원 피고인의 변호인인 이병용·김수용 변호사는 ▲정원 경계석에서 고개를 끄덕여 공모했다고 하나 심사숙고해야할 큰 일을 지나가는 말 한마디로 동조했다고 판단한 1심의 잘못이 있고 ▲범죄를 공동으로 실행할 것을 합의하거나 살해행위를 분담하지도 않았는데 공동정범으로 다룬 것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며 ▲사건이 벌어진 후 국가 안보적 견지에서 최선을 다했는데도 정상인 이상의 행위를 다하지 않았다고 나무라는 것은 기대가능성의 판단잘못이라고 항변했다.
유석구 피고인의 변호인 김성엽 변호사는 유 피고인이 권총을 묻은 것은 문공부장관이 대통령 사망사실을 발표한 지난해 10월27일 상오7시 이전이므로 그것이 어떤 물건이었는지 모르고 명령에 따라 한 것이며 문공부장관의 발표이후 곧 자진 신고했으므로 당연히 무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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