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송씨, A검사에게 준 돈 178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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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3000억원대 재산가 송모(67)씨가 생전에 작성한 금전출납장부(‘매일기록부’)에는 현직 검사(부부장)에게 10차례 1780만원의 금품이 건네진 것으로 적혀 있었다. 서울남부지검은 15일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송씨 유족이 일부 내용을 화이트(수정액)로 지우고 별지 부분을 훼손했고, 경찰은 장부 전체 복사본을 갖고 있음에도 송치 단계에서 일부만 제출해 혼선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전날만 해도 검찰은 “A검사가 10여 차례 1000만원 이상 수수한 내역이 장부에 기재돼 있다”는 경찰의 입장을 전면 부인해 왔다.

 검찰에 따르면 송씨 유족은 장부 에 5차례 적혀 있는 A검사의 이름 중 3개를 지우고, 1개는 직책만 지웠다. 또 A검사 부분만 따로 정리해 붙여 놓은 별지 2∼3장을 찢어 버렸다. 별지에는 돈의 용처가 함께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송씨 아들은 검찰 조사에서 “아버지와 친했던 공무원들이 피해를 볼까 봐 그랬다”고 말했다.

 경찰은 송씨가 숨진 다음 날(3월 4일) 유족들로부터 장부를 임의제출받아 복사한 뒤 지난 2일 돌려줬다. 그럼에도 14일까지 “사본은 없다”고 주장했었다. 검찰은 수사 초기 단계에서 경찰이 중요 증거를 압수하지 않아 훼손되도록 방치한 부분에 대해 철저히 경위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경찰이 훼손되지 않은 사본 보관 사실을 부인하고 은폐한 데 대해 증거인멸 또는 직무유기죄 해당 여부를 철저히 규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날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 중 제기된 A검사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대검 감찰본부가 직접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박민제·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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