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보다 더 무서운 게 사람 … 중국도 똑같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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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기 감독은 속편을 만들고 싶은 작품으로 ‘폰’(2002)을 꼽았다. “휴대전화가 진화하고 있고, 관련한 이야기도 많다. ‘폰’에서 주연을 했던 하지원을 다시 출연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김진솔(STUDIO 706)]

인간의 극단적 이기심이 귀신보다 더 무서운 현실이다. 현실이 공포영화보다 더 무섭다는 푸념도 나온다.

공포영화 ‘분신사바2’(16일 개봉, 원제 ‘필선2’)는 2년 전 자살한 친구와 관련한 연쇄살인을 통해 이기주의와 집단 따돌림이 초래하는 비극을 보여준다.

 메가폰을 잡은 안병기(47) 감독은 ‘가위’ ‘폰’ ‘분신사바’ 등 공포영화만 만들어왔다. 이후 2011년 중국 영화시장에 진출, ‘필선’(筆仙·2012)으로 6000만 위안(약 100억원)의 흥행수입을 올리며 ‘공포 한류’를 일으켰다. 배우 박한별이 주연을 맡은 ‘분신사바2’는 3편까지 제작된 ‘필선’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다. 한국 감독이 한국 배우를 출연시켜 만든 중국 영화가 국내에 역수입된 첫 사례다. 안 감독은 “국내에서 다시 공포영화 메가폰을 잡을 것”이라고 했다.

 -‘분신사바2’는 데뷔작인 ‘가위’(2000)와 전개가 비슷하다.

 “‘필선’의 성공에 고무된 중국 영화사가 빨리 속편을 만들어달라기에 ‘가위’를 중국식으로 만들었다. 당시 ‘가위’에서 다뤘던 젊은이들의 이기적 성향이 중국에서도 사회문제가 되고 있기에 관객의 호응이 컸다.”

 -중국시장에 진출한 계기는.

 “중국에서 인기가 높았던 ‘분신사바’(2004) 덕분에 중국영화사로부터 공포영화 연출 제의를 받았다. ‘분신사바’의 모성애가 중국인의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필선’은 중국 공포영화와 달리 이야기가 뚜렷하고, 비주얼이 세련됐기에 인기를 끌고 있다.”

박한별은 ‘분신사바2’에서 친구들의 죽음을 파헤치는 대학원생 송치엔 역을 맡았다. [사진 조이앤컨텐츠]

 -중국은 영화 검열이 심하지 않나.

 “중국은 공포영화라 해도 귀신이 나오면 안 된다. 유물론적 세계관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 말미에 정신과 의사나 제3자가 등장해 주인공이 귀신을 본 게 아니라 정신착란이나 환각을 겪은 것이라 설명한다. 사람을 해치는 과정도 보여주면 안 된다. 그러다 보니 관객이 느낄 수 있는 공포는 적어진다.”

 -공포영화라는 한 우물만 파는 이유는.

 “개인적 성향 때문이다.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힐 때가 많은데, 공포영화를 만들 때는 그런 생각을 잊게 된다. 그리고 번개 치고, 비가 쏟아지는 날씨를 무척 좋아한다. 그런 날에는 드라이브를 한다. 내 영화엔 항상 비 오는 장면이 들어간다.”

 -공포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나.

 “영화를 많이 본다. 그리고 신문 기사를 늘 읽는다. 얼마 전 교황청이 퇴마사를 공식 인정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퇴마의식을 다루는 초자연적 영화도 만들고 싶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의 소외나 사생활 노출도 공포 장르의 좋은 소재다.”

 -‘과속 스캔들’ ‘써니’ 등 밝고 따뜻한 영화의 제작자로서도 성공했는데.

 “공포영화만 하다 보니 다른 장르의 영화를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코미디의 식상한 패턴을 깨면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 확신했는데, 두 영화가 그런 경우였다. 앞으로 따뜻한 영화도 연출할 생각이다. ‘과속 스캔들’의 중국판 리메이크는 내가 감독을 맡는다.”

 -한국 공포영화가 침체라는 얘기가 나온다.

 “공포문학이 고사 위기에 처했기 때문에 참신한 이야기가 나올 수 없다. 나오는 영화마다 패턴과 이야기가 비슷하니 관객이 외면하는 거다. 반전과 사회성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공포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는 영화들이 나와야 한다. 최근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를 다시 보면서 인물의 심리만으로 끌고가는 공포가 훨씬 무섭다는 걸 깨달았다. 심리 게임을 다룬, 새로운 공포영화를 만들 계획이다.”

정현목 기자 gojhm@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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