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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70년대』를 되돌아 본다|응용·기초과학 대담 최형섭 <한국과학재단이사장> 김정흠 <고려대물리학과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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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우선 7O년대 과학분야의여러문제를 얘기하기 전에 그 10년은 어떤것이었나 정의를 내리고 넘어가지요.
최=70년대 10년간은 그야말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새로운 장을 연 시대로 규정되어야할것입니다. 물론 응용과학분야에 비해 기초과학분야에 어려움이 많았다든가 응용과학기술도 질과 수준문제가 제기될수있겠지만 과학기술이라는 것이 도입·모방을 거치지 않고 바로창조로 갈수는 없는 것이기에 70년대의 과학이 산업을 밑받침해 이 만큼 국력을 신장시킨 점은 정당하게 평가를 받아야할 것입니다.
김=그 점에 있어선 동감입니다. 저는 좀 색다른 정의를 내리고 싶은데 그것은 우리나라과학기술의 과정을 제품의 부품숫자로 표현해 보는 것입니다. 제품은 50년대가 자전거와 같이 부품이 1백개 내외인「10의2제곱시대」 , 60년대가 「오토바이」등 부품 1천단위대인「10의3제곱시대+였다고 보면 70년대는 자동차등「10의4제곱시대」를 「마스터」하고 「10의5제곱+을 시작한 시대로 표현할 수 있읍니다.
현재 미국이「10의 6제곱시대+에 있는데 우리도 80년에「10의5제곱」을 거쳐 90년에 부품 l백만개인 「10의 6제곱」에 들어서면 그야말로 선진과학기술이 되겠지요.
최=70년대 과학을 얘기하자면 한국과학기술연구소의 설립을 빼 놓을 수 없을 겁니다. 60년대 후반 KIST가 설립된 것이 기술개발에 출발신호가 된 셈이지요.
김=그렇습니다. 60년대 후반이 과학기술발전의 태동기였다면 70년에 들어서서 이것이 구체화되고 발전된 시기였읍니다.
사실 70년대초만해도 79년에 이런정도 수준에 와 있으리라는 것을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최=어떻게 보면 정책과 운이 좋았다고 보아야겠지요. 70년대초만해도 너무나 돈이없어 당장 돈이 될 수 있는 산업기술분야만 지원하게 됐읍니다. 기초과학분야에서 일하는 학자들의 불평이 많았지만 지금보면 그때 돈을 쪼개썼으면 오늘과 같은 위치에 오지 못했으리라고 봅니다.
김=기술문제도 그렇지요. 당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기술은 그렇게 높은 수준의 것이 아니었고 선진국이 기술수출에 큰 신경을 안 썼지만 지금은 우리가 요구하는 기술의 질도 높아졌고 기술수출에 의한 자국시장잠식등 역작용이 커지니까 기술수출을 무척 꺼리는 편입니다.
최=사실 그것이 문제에요. 과학기술이란 무에서 출발할 땐 언제나 선진국이 개발한 것을 도입하고 또 이것에 의한 모방이 이뤄지고 그 다음이 창조의 단계로 넘어가는 것인데 지금은 모방과 창조가 공존하는 시대로 볼수있어요. 조란 하겠고서 바로 이뤄지는 이 아니니까 어려운 이 많지요.
김=그럼 70년대의 응용과학분야와 기초과학분야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해보죠.
최=산업을 지원한 측면에서의 과학기술은 앞서 얘기한 것 같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각 분야별로 나누어 보면 우선 방직등 경공업부문은 고도의 성장을 이룩했습니다. 이런 분야의 기술은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상위권에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 다음이 제철·화학공업 등 장치산업에 대한 기술입니다. 이 분야도 어느 정도 국제경쟁력을 가질만큼 됐다고 봅니다.그러나 전자분야는 아직은 부품조립단계를 벗어났다고 볼수 없으며 기계분야는 더욱 뒤떨어져 있읍니다.
정밀공업은 기술집약산업이고 부가가치도 크기 때문에 이방면의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뒤진 것은 재료공업분야입니다. 이 방면의 지식확보가 없이 산업기술의 자립은 바랄수 없읍니다.
김=기초과학분야는 그간 어려움이 많았던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질·생물등의 분야는지역적인 특성을 내세울 수있어 국제적인 발표도 많이 있었읍니다.
물리는 작년의 수준높은 국제학술대회등을 치러, 그런대로 국제학회의 인정을 받은 셈이고 화학도 어느정도 수준에 와있습니다. 천문은 이제 막 시작한 단계이고 수학이 산업분야와 직결되지 않아 연구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이제 다시 시작되는 단계에 있습니다. 그밖에 해양·기상등은 앞으로가 중요합니다. 그간 이들 각 분야산업을 뒷받침하는 필요한 인재를 묵묵히 길러냈다는 점을 여기서 강조하고 싶습니다.
최=과학이 발전하고 큰 기여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있었지요.
김=네. 어쩔수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기초과학분야, 즉 순수과학 분야가 너무 소홀히 다루어졌다는 것을 들수있겠지요. 또 사회가 물질적인 면에만 흐르다 보니 과학계에도 두뇌=돈이라는 풍조가 꽤 많이 침투해 있습니다. 또하나 학문을 연구한, 과학자들이 행정직을 많이 맡고 있는 것도 부정적인 측면으로 봐야지요.
최=사실 부정적인면을 지적하자면 많습니다. 나는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사람들이 대를 이어 한 과제를 계속적으로 연구하는 풍토가 없다는 점을 들겠읍니다.
학문연구는 교수에서 조수로 대를 이으며 수십년이상 계속되어야 하는데 요즘은 어느 사람이 훌쩍 떠나면 그 연구과제는 거기서 끝나버리고 맙니다. 또 하나는 다분화된 각분야간에 협력체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우주개발계획이 성공한 것은 각 분야의 종사자들이 최선을 다해 협력한 결과였읍니다.
김=그럼 이제 70년대를 마무리 짓는 입장에서 과학이 나아가야할 바를 얘기해보지요.
최=우리도 이젠 기초과학분야에 좀더 많은 투자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기초분야에 쓰는 돈은 낭비하는 것으로 오해를 하는데 이 분야의 깊은 연구축적없이 창조적인 기술개발은 있을수 없습니다. 경제발전에 필요한 자원 자분등은 꿔올 수도 있지만 기술만은 꿔올 수가 없는 것입니다.
80년대에 지속적인 겅제성장을 위해서는 진정한 우리기술의 개발과 축적이 있어야겠습니다. 산업을 뒷받침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을 선도하는 그런 기술 말입니다L
김=사실입니다. 기초과학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립자가속기 하나 없는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하에서 좋은 언구결과를 바라는 것은 무리입니다.
또 학자에게 연구비를 주면 금방 써 먹을수 있는 어떤 결과를 기대하는데 이것도 잘못된 것입니다. 꾸준히 자유롭게 연구하는 가운데 좋은 발견과 발명·이론등이 나오는 것이지 무엇을 하겠다해서 금방 좋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좀더 여유있는 자세로 먼 앞날을 준비하는 그런 사희풍토가 이뤄져야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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