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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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장자는 명예를 높이 여긴 공자를 못마땅해했지만 사람들에겐 누구에게나 지위욕이 있고 명예욕이 있다. 그런 것이 전혀 없다한다면 오히려 위선일 경우가 많다.
그런 지위와 명예의 정상에 대통령자리가 있다. 그래서 욕심이없었다는「조지·워성턴」도 『합중국대통령각하』라 불리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대통령자리란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만큼 그렇게 좋은 것만도 아닌 모양이다. 어린 「프랭클린」이「테디·루스벨트」아저씨에게 이끌려 「매킨리」대통령을 만난 얘기는 유명하다.
대통령은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제발 너는 자라서 대통령만은 되지말라』고 충고했다. 「제퍼슨」대통령은 또 이렇게 말했다.
『나는 미합중국 독립선언의 기초자, 「버지니아」주 종교자유조례, 의 기초자, 「버지니아」 대학의 설립자로서만 기억되기를 열원할뿐이다』 라고.
그는 대통령자리를 대수롭잖케 여겼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 자리에 아무나 오를 수 있는것도 아니다. 운이 따라야 한다. 그래서 더욱 그 자리가 소중해진다.
「디어도·루스벨트」 가 「한직」인 부대통령이 된 것은 그를 거세시키려는 당의 책략에 넘어간 때문이었다.
그러나「매킨리」대통령이 암살되어 그는 전혀 뜻하지 않게 대통령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그는 그때 변호사나 교수가 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평안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 그 좋은 자리를「아인슈타인」은 굳이 마다했다.
그는「이스라엘」건국의 초대대통령으로 추대되자 자기는 그런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사양하고 말았다.
그는 매우 현명했다. 그리고 「이스라엘」로서는 천만 다행한 일이었다.
범용한 대통령 대신 세계적인 물리학자를 얻은 것이다.
한편 「프랭클린」소년은 「매킨리」대통령의 충고도 잊은채 네차례나 대통령자리에 올랐었다.
그는 대통령자리를 역사상 드물게 마음껏 즐겼다. 그리고 미국민으로서도 그가 대통령이 된 것이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니었다.
훌륭한 인물이라고 훌륭한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대통령감 이라고 해서 반드시 오래토록 그 자리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처칠」이었지만 종전파 함께 수상자리에서 밀려나야 했다. 그런게 민심이다.
대통령자리란 누가뭐래도 권력의정상자리다. 그만큼 바람도 크게 맞는다. 영광과 오욕사이는 항상 흔들리게 마련이다.
그러면서도 누군가는 그 자리를 지켜야한다. 겨레의 운명과 역사를 가늠하는 한 순간 순간이 다시없이 괴롭기도 할 것이다.
그는 국민의 앞강에 서서 오늘을 이리 깎고 저리 다지며 내일을 세워나가는 고독한 목수와도 같기 때문이다.
10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 최대통령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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