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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과 천주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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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러시아」의 「키에프」 공국의 「울라디밀」대공은 무슨 종교를 믿어야 할까를 결정하기 위해 각국에 사신을 보냈다. 10세기 초의 일이다. 한달이 못되어 「콘스탄티노플」에 간 사신에게서 편지가 왔다.
『…만약에 지상에 낙원이 있을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여기인 것만 같습니다…』
그는「콘스탄티노플」에 있는 성「소피아」대성당을 본 것이다.
「비잔틴」의 황제「유스티니아누스」는 이 동방의 성당을 만들자 『「솔로몬」이여, 짐은 그대에게 이겼노라』며 기뻐했다.
그것은 바로 희랍 정교회의 위력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 기원 395년에「로마」제국이 동서로 갈라지자「콘스탄티노플」의 총주교 (파트리아스케스) 는「로마」의 교황과 맞서는 동쪽 기독교 세계의 기둥이었다.
『지붕「돔」높이가 55m나 되고 온통 화려한「모자이크」화로 장식되어 있는「소피아」성당 속에서 장엄하게 울려 퍼지는 성가는 완전히 「러시아」 사신의 얼을 빠뜨리게 하기에 충분했으리라. 「울라디밀」대공은 지체없이 「비잔틴」 황제의 누이와 결혼하고 「희랍」정교로 개종했다.
그만이 아니었다.「로마」교황「그레고리안」1세도 젊을때「콘스탄티노플」을 다녀온적이 있다.
그때 들은 「희랍」정교회의 전례음악에 완전히 매료된 그는 교황이 되자마자 「가톨릭」 교회의 음악을 개혁했다.
지극히 소박한 단선율을 무반주로 노래하는 유명한「그레고리안·샨트」(성가)는 이래서생겨났다.
그것은「동방교회」의 「희랍」어성가를 「라틴」어로 옮긴것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키리에·에레이존」(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과 같은「희랍」어는 아직도「라틴」어는 아직도 「라틴」어「미사」에 남아있다.
지난달 30일,「이스탐블」을 방문한 「로마」교황 「바오로」2세와 동방정교회의 총주교 「데미트리오스」1세는 근 10세기에 걸친 양교회의 분열에 종지부를 찍기로 합의했다.
교의상으론 신교와 「가틀릭」사이만큼「가톨릭」과 동방교회 사이는 벌어져 있지는 않았다.
신교에서 반대하는 연옥·속유부·성자예배·유물숭배, 또는 수도원 제도등을 믿기는「가톨릭」이나 동방교회나 .마찬가지다.
당초에 「로마」와「콘스탄티노플」의 두 교회가 서로 상대방을 파문하기에 이른것도 성중숭배문제가 유발한 것이긴 하지만 세속적인 원인이 더 컸다.
따라서 두 교회가 합치기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대립과 분열의 세계에 한가닥 밝은 빚이 감도는 것도 같다.「라흐마니노프」가 엮은『「러시아」성가』에 <만도> 라는게 있다. 어쩌면「가톨릭」성당에서 이 곡을 들을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생각만해도 감동적인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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